비효율적인 삶

by Dubu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가장 치열한 현실로 뛰어볼 만한 길은 두 가지다.

아마 누구한테도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나는 기자고, 다른 하나가 변호사다.

엄마 눈감아

저널리즘 대학원, 로스쿨, 언시준비.

벌써 내년 졸업 후 어떻게 살아갈지 그런 고민으로 매일이 가득 차오른다.

졸업장만 따고 나와버린 스물다섯 살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일 것이다.


기숙사에서 눈을 붙이기 전 철학과 문학, 관념이 세계에 갇혀 몽상하는 듯 살고 있는 내게는 그런 경험이 일종의 특효약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부지런히 언론고시와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영어공부도 하고 있고 leet지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독해력, 추론력도 기르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매우 비효율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나는 몇 개월전만해도 프리랜서 작가, 기자와 같이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흔히 '작가'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 정말 전업으로 글만 쓰는 작가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별도의 직업이 있거나, 대학원을 다니며 학위를 얻고 대학 강사 생활을 하거나, 출판사를 차리거나, 수업이나 강의 등으로 별도의 수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물넷의 나는 무슨 고집에서인지 '글만 쓰는'삶을 살고 있었고, 사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소수가 아닌 내게 그런 방식의 삶이란 점점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인터넷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을 때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다. 결국 몇 달 일하다가 그만두었다. 두바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6개월의 계약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도중귀국하였다. 어느 한 방송사에서 AD로 일할 때도 며칠 못 가고 도망치듯이 나왔다. 그나마 크몽에서 디자인외주를 받으며 전전긍긍 수입을 이어간게 가장 오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비효율적이게 짝이 없는 삶,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거의 실패 아니면 남들보다 한참 뒤처진 기록이 가득한 삶이지만, 나름대로 나의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와 돌아보면, 그런 비효율적인 삶이 오히려 나만의 고유한 삶의 역사를 그려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돌아봐도 '나처럼' 산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빙빙 돌아와서 산 삶이 나의 개성을 만든 셈이 되었다. 이를테면, 그런 '특이성'은 인터뷰를 할 때는 오히려 주목할 만한 핵심이 되곤 한다. 이상하게 빙빙 돌아 비효율적으로 살아온 것이 나름의 개성이 된 것이다.


아마 나는 앞으로의 삶도 이상하게 살지 않을까 싶다. 내 나름의 이상한 고집들을 이어가면서, 흔히 세상의 기준에서 비효율적이거나 한심하게 짝이 없어 보이는 갈등을 굽이굽이 돌아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잘 몰라도,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에 이르면 자기 삶의 모양이랄 것을 짐작하게 되는 듯하다. 나는 지난 2년을 전혀 예상할 수 없이 살았는데, 앞으로의 10년도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느끼곤 한다. 나는 이상하고 비효율적인 삶을 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 마음에 다가가서는, 나의 삶을 살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모두에게 타당한 삶이 아니라, 나에게 최선인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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