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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Dec 04. 2023

꽃길만 걸어요.

당신이 걷는 그 길이 꽃길이 아닐지라도 응원한다.  

 졸업시즌이 다가온다. 여기 저기에 졸업식용 문구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 중 하나... 앞으로 걷게 될 너의 꽃길을 응원한다는 내용에 괜히 심통이 났다. "꽃길"이라... 우리가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 낱말인가. 생각해 보면 상대가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았을 텐데 왜 울퉁불퉁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했다. 졸업하는 아이들의 앞날이 찬란하길 빌어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꽃길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아니다.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꽃길을 응원하기보다 어떤 길을 걷거나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또 고등학교로 학교를 뛰어넘어갈 때마다 얼마나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을 것인지 교사로서는 잘 몰랐다. 내 아이가 중학교에 가고 또 고등학교에 가고 나서야 그게 참 쉬운 일은 아니구나 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세 번의 입학과 세 번의 졸업을 하게 되는 아이는 매번 다른 느낌을 갖는데 우리는 지나온 것을 잊고 매번 같은 인사를 건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항상 편안하고 좋은 길만 깔려있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것이 인생이다. 부모 마음이야 우리 아이가 평탄하고 안정적인 길을 걷길 바라지만 사실 그런 길만 깔려있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갈망하고 소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몇 해전 아이들이 졸업하기 전에 중학교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딸이 아니었다면 예전처럼 나는 아이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응원만 잔뜩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중학교생활을 딸에게 전해 듣고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 했다. 겁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음에 몇몇 아이들은 걱정에 휩싸였다. 그래서 요즘 말로 '케바케'라고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단한 마음"이라고 한번 더 강조하였다. 그리고 어떤 일을 있거나 어떤 길을 걸어도 마음으로 함께 하겠노라 하였다. 힘들면 언제나 찾아오라고 덧붙였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좋은 모습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나면 쉽게 오지 못하였다. 내게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왜 모르겠냐만은 한쪽이 참 시렸다. 잘하는 아이가 찾아오거나 연락을 할 때 쉬이 올 수 없고 연락하지 못하는 아픈 손가락들이 마음 한쪽에 위태위태하게 걸려 있다. 

아이들에게 꽃길이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어느 길을 걷든 그게 정도를 넘어선 나쁜 길이 아니라면 응원해주고 싶다. 나쁜 샛길로 잠시 빠지더라도 돌아오기만 하면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기 바랐다. 


  나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실패"를 알려주지 않는다. 다 잘될 것이라고 주문 외우듯이 말해주고 운을 빌어준다. 실패를 이야기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 것이라고, 남들과 다르거나 남들보다 느린 길을 선택해도 그것은 너의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데 있어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평탄하게 무난하고 평범하게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쩜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전에 곁에 있는 어른이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정하지 않을 뿐. 넘어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샐 수 있어도 마음의 중심이 있으면 괜찮다고 말해도 아이가 마음껏 실패하거나 다른 길로 가지 않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노파심만 키우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과 "실패"와 "실수" 그리고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야기해 줌으로 예상해 보고 또 아이 각각 나름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패가, 실수가, 선택이 인생을 갉아먹지 않고 망치지 않는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으며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고 중요하고 어떻게 마무리하는지가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으면서 실패를 떨치고 일어서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앞에 "꽃길"만 있지 않다고 한다. 어떤 길에 서있거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런 응원을 있다면 작고 큰 일들에 상처받고 쓰러지거나 포기하지 않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따박따박 자기 인생의 길을 걷길,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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