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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Nov 27. 2023

This is me!

  있는 그대로를 나를 사랑한다.

  당당한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외모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온몸으로 그 에너지가 뿜어낸다. 그 당당함을 지켜내는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외모지상주의 혹은 능력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살면서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받는 여러 가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주변 평가에 흔들리지 않으며 상처를 받아도 꺾이지 않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자랐으면 한다.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며 "This is me!"를 외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든 잘 살아나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가 별로 없다. 나름의 가면을 쓴다. 어른이 좋아하는 가면일 때도 있고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일 때도 있다. 아이의 유난히 발달된 부분을 살펴보면 그것은 어른의 인정에서 비롯되는 것일 때가 많다. 그래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바이러스처럼 퍼져있고 교사들 앞에서 아이는 모범생이고 싶어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자 아이들은 교사 옆에서 온몸으로 "좋아요."라고 말한다. 물론 시크한 아이도 있고 교사로부터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사의 인정을 바란다. 나를 감추는 대신 상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부분을 극대화하면서 그것이 '나'라고 착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게 '나'라고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못한다, 그게 자기가 아님을 알기에.


  며칠 전, 한 아이가 친구가 자길 무시하는 느낌이 자꾸 든다고 연필로 찌르는 척을 했다. 깜짝 놀라 아이를 불렀다. 평소 그 아이는 무난해 보이고 순둥순둥해보이는 데 가끔 예민하고 뾰족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무시를 받았냐고 했더니 자기보다 힘이 약하다고, 팔씨름에서 진 사실을 자꾸 들먹이는 것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준다 했다. 알고 보니 두 녀석이 서로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노는 사이였다. 다만 그날은 뭔가 기분이 안 좋았고 자존심이 더 상했던 모양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힘이 약할 수도 있고 셀 수도 있는데 약하면 안 되냐고. 그냥 인정하면 약점이 되지 않기에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선생님 역시 수학을 못하는 몸치지만 다른 사람이 그것을 말한다고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했다. 사실이다. 어느 순간 내가 나의 약점을 인정하니 더 이상 그것은 약점으로 남지 않았다.

 

  "그게 난데 뭐, 어쩌라고?!"


  인정하고 나니 편해졌다. 내가 약점을 감추려고 노력할 때와 달리 인정하고 드러내놓으니 별로 아프지 않았다. 내놓기 전까지는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작은 소금 알갱이에도 쑤시고 아팠는데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니 도리어 나에게 척을 진다면 그 사람이 중요한 것을 잃은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자긍심마저 생겼다. 못하는 것이 많지만 그만큼이나 잘하는 것이 많고 무엇보다 성심성의껏 하는 마음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꿀릴 것도 아쉬운 것도 없어졌다. 나를 잃는 것은 그들 손해라는 믿음은 내가 더 이상 강한 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했다.


  아이에게 어려운 설명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 떠올리길,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했다. 어떤 모습으로든 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자 하면 결국 네 스스로 너를 인정하지 못하기에 약점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있는 그대로도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길 바란다. 나는 아직도 단단해지는 중이다. 워낙 여리고 약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 그런 나조차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한다. 누가 뭐 래든 나는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려 한다. 가끔은 넘어지고 멍들지만 그조차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 것이다. 용기를 내어 태어난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살 것이다. 그리고 외치리라.


  "This is me!"


I'm not a stranger to the dark.  
난 어둠에 익숙해
Hide away they say.  
숨어, 다들 그렇게 말하지
'Cause we don't want your broken parts   왜냐면 네 망가진 모습은 싫으니까
I've learned to be ashamed of all my scars. 난 내 모든 흉터를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했어
Run away they say   
도망쳐, 다들 그렇게 말하지.
No one will love you as you are
 아무도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But I won't let them break me down to dust.
하지만 난 그들이 날 꺾게 두지 않을 거야
I know that there's a place for us   
우리도 당당히 살 자격이 있다는 걸 알아
For we are glorious   
우리는 찬란하게 아름다우니
When the sharpest words wanna cut me down    
가장 날카로운 말이 나를 상처 내려해도
I'm gonna send a flood, gonna drown them out  
홍수를 일으켜 모두 가라앉혀버릴 거야
I am brave, I am bruised  
 나는 용감해, 나는 상처받았어
I am who I'm meant to be. This is me.
난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야. 이게 바로 나야.
<위대한 쇼맨> OST "This is me."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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