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

by 보름달

마음이 무겁다. 한없이 가라앉는다. 나의 최선이 어떤 사람에게 완전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때, 그게 바로 내가 사랑하는 가르치는 일과 관련 있을 때는 절망스럽다. 진심은 시간이 걸려도 마음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던 때와 달리 절대 받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알면서도 내가 이토록 좌절하는 이유는 뭘까. 심정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를 믿고 내 교육을 지지해 주는 수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몸이 반응한다. 불안 증세로 맥박 뛰는 것이 배와 목, 허벅지 등 온몸으로 느껴지고 이 겨울에 식은땀으로 몸이 젖는다.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물론 밥을 먹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1일 1식이 되어버렸다. 겨우 먹고 나면 복통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따뜻한 히팅백이나 주물러준 손길이 한참 배에 머물러야 복통은 가라앉는다. 못 견딜만한 것도 아니어서 어느새 왔다가 가려니 한다. 그 사이에 친숙해졌나 보다.


잘못한 것이 없으니 나 스스로를 믿으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나 스스로를 믿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열과 성을 다하여 아이들을 만나는 나의 진심이 외면당하고 곡해당했을 때 아직도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분하기보다, 억울하기보다 그냥 고통스럽고 그냥 슬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것을 놓고 싶진 않다는 것, 걱정해 주는 가족과 친구의 마음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한없이 가라앉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 자책하거나 검열을 반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조금은 나 스스로를 믿게 되었다는 하나의 증표니까. 컴컴한 터널이 아무리 길어도 그 끝이 있고, 그 끝에 푸른 하늘과 빛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시간을 묵묵히 쌓는다.


겨울이 춥지 않다. 찬 바람에 정신이 번쩍 차려지기는 해도 몸이 움추러들기는 해도, 조금은 숨고 싶기도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도 괜찮다. 이 겨울, 나는 또 하나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 괜찮다. 나의 진심이 누군가에게는 닿지 못하고 버려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 안에서 빛남을 믿는다. 나 스스로를 믿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예전처럼 죽을 것 같지는 않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침묵하고 어둠에 앉아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버틸만하다는 것이겠지 싶다. 묵묵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다져가고자 한다. 시간은 흐를 것이고 난 또다시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자 할 것임을 알기에 잠시 웅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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