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트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훈육이 있다는 제목에 끌려 들어갔다. 말도 안 되는 일에 민원을 많이 넣고, 툭하면 아동학대를 운운하면서 자기 아이의 말을 찰떡 같이 믿고 교사에게 폭언을 일삼는 부모의 아이에게 가장 좋으면서 무서운 훈육 방법은 바로 "내버려 두어라!" 란다. 그런 학부모의 자식은 뭘 하든 혼내지도 지도하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고학년이 되고 사춘기가 되면 학교에서 하던 진상행동이나 폭력적인 언행, 비사회적인 언행을 그대로 집에서 할 것이며 결국 그 부모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아이를 우쭈쭈 하면서 막무가내로 키운 죄를 그 부모가 결국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무섭지 아니한가. 머리와 몸이 큰 아이는 제어가 불가할 것이며 더 이상 교육으로 변화하기 힘들기에 그런 아이는 그렇게 키운 부모를 교묘하게 속이고 이용한다. 그 부모도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너도 당해봐라.' 혹은 '그러다가 결국 너에게 모든 것이 갈 것이다.'라는 통쾌함은 없다. 대신 그런 부모 앞에서 어떤 교육도 할 수 없는 좌절감에 힘이 빠질 뿐이다.
교사들이 흔히 말하는 진상 부모는 '아동학대'를 운운하며 언제든 고소할 수 있다며 협박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무엇을 아동학대로 생각하는지 들어보면 얼토당토않다. 주간교육활동계획대로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는 것, 교과서로 수업을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한다는 것, 공부 시간에 아이를 혼내는 것, 쉬는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고 수업을 이어서 하는 것, 숙제하지 않았다고 아이들 앞에서 잔소리하는 것 등등... 이런 민원을 듣고 나면 나는 교사로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하게 된다. 주간교육활동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인 것이며 때에 따라 순간순간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업을 하다가 연관된 계기교육 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따라 성교육 및 안전교육, 인성교육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수업에 열중하다 보면 블록으로 수업을 한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아이를 혼내는 이유는 그 아이에게 면박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다른 아이들도 같은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서로 배워가는 것이라고. 혼낸다고 미워하는 것도 아닌 것을 알고 누군가의 잘못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은 우리 반의 암묵적인 약속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아이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라 한다면? 교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잘못을 혼내는 것도, 나쁜 습관을 잡아주는 것도 당연히 할 수 없다. 어떤 말과 행동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줄지 모르기에, 상처라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기에 정말 손을 놓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손을 놓으면 또다시 민원을 넣는다, 자기 아이를 방임하고 있다고. 엄청나게 혼란스럽다.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알 수 없기에 멈칫하게 된다. 자기 입맛대로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면 홈스쿨링이 답이 아닐까.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소통하여 아이를 위해 좋은 방향을 정하고 서로 조율하면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나 역시 학부모와의 소통으로 아이를 위한 방향을 잡고 수정하면서 또 조율하면서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의 진정한 성장은 아이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나아갈 때 이루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작정 아동학대를 들먹이면서 민원을 넣는 부모와는 소통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그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떻게 대해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아동학대라며 주장하기 때문이다.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시킬 수 없다.
상담이 아닌 악성 민원을 받을 때마다 고민한다. 나는 다른 교사들이 말하는 "내버려 두어라" 훈육을 시전 할 수 있을까. 너무 부둥켜안고 다 함께 가고자 하기에 생기는 문제는 아닐까. 조금이라도 진심이 닿아 성장했으면 하는 내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닐까. 그냥 적당히 두고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수없이 고민한다. 주변 동료 교사들의 충고대로 모든 아이들을 교육하고 끌고 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생각한다. 부모가 원하지 않고 아이 말만 믿고 모든 것을 아동학대로 치부하면 교육은 이미 설 자리를 잃는데 왜 끝까지 놓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책하기도 한다. 많은 좌절감과 무기력함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는 늘 같다. 나는 교사로서 내 안위를 위해, 안전을 위해 "내버려 두어라" 훈육을 하지 못할 것이며 언제든 그랬듯이 아이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 알고 있다. 그게 악성민원의 원인이 되고 나를 힘들게 하는 무한루프가 될지라도 아이들 앞에 서는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다. 방법과 방향은 꾸준히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어떤 아이도 두고 갈 수 없다. 미련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또 고통받을 수 있음을 알지만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비겁해지는 것은 날 더 힘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날, 복잡하기만 한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교사 혹은 어른이 되는 길을 걷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