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귀인입니다.
드디어!! 한 달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아동학대는 아니라는 확답을 받고 힘들었던 일이 종결되었다. 그럼에도 엉망진창 넝마가 되어 가고 있던 몸상태는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장이 움직이지 않아 조금만 먹어도 복통이 찾아오고 잇몸이 무너져 임플란트로 해 넣었던 치아가 빠졌다. 저주에 걸린 듯이 새벽 3시에 눈을 뜨고 어둠을 응시하다가 다시 잠을 청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잃은 것이 없다 생각했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음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유리멘털인 내가 이번에는 자책 없이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평소에 안 하던 짓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팔자 풀이를 찾아보았다. 흘려버릴 것은 가감 없이 버리고 좋고 희망적인 이야기만 취하리라 하는 굳은 다짐을 하면서 온라인의 여러 곳을 뒤적거렸다. 그중에 반복되는 좋은 이야기(?)는 "귀인이 나타날 것이다."였다. 귀한 사람으로 나에게 도움과 행운을 주는 조력자라고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귀인"이 언제 나타날 것인가. 웃음으로 넘기면서도 은근히 기다렸다.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너진 건강에 염려도 되었고 무기력해서 그냥 쉬고만 싶은 욕구가 높아져서 누군가 뾰로롱 하고 나타나길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귀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는 이미 주변에 참 많은 귀인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몰랐던 것이다. 표 내지 않으면서 한없이 나를 지지해 주고 해결해 주려고 여기저기 상담받고 알아보는 남편과 딸들, 마음이 무너질까 봐 한없이 같이 아파해주는 선배 및 동료선생님들과 언니, 그리고 말없이 지지하고 위로하던 학부모님들, 살이 내린 나를 보고 같이 욕해주던 친구들 등등... 귀인을 만나지 못한 것도 아니고 귀인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끝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는 귀인들 덕분이었지 내 자체가 완벽하게 결백하거나 당당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둠이 걷히자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뚜렷하게 다가왔다. 아동 학대가 아니라는 인정을 받고 인연을 이어가는 옛 학부모님들을 만났다. 커다랗고 화려한 꽃다발을 건네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마카롱을 주셨다.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선생님이 오래오래 교직에 계시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말씀을 전해주셨다. 나 대신 울어주셨다. 그 눈물이, 그 진심이 나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었다. 주변의 많은 귀인들이 한 마리의 용이 되어 나를 지켜주셨다면 그분들은 용의 눈동자를 그려넣음으로 마음의 짐을 완벽하게 털게 해주신 것이다. 이 감사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귀인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데 못 알아볼 뿐이다. 내 앞에 있는 벽이 너무 견고하고 높아서 놓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진심을 전하고 도와주려 해도 알아보지 못하고 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자기 옆에 귀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늘도 난 스스로에게 외친다, 내 주변에 있는 그분들이 바로 나의 "귀인"이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유난히 사람 복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주변을 주의 깊게 돌아보길! 혹시 옆에 있는데 너무도 익숙해서 못 찾는 것은 아닌 지, 못 보고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면서 26년도를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누군가의 "귀인"임도 잊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