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의 수술
자궁축농증은 출산경험이 없는 노령견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원인은 일반적으로 여성호르몬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여 자궁으로 염증세포를 끌어들이고 점액분비를 일으키면서 세균감염이 일어난다. 그 결과, 자궁강 내에 다량의 농성 산출물을 저류 하고, 자궁의 팽만을 유발하게 된다. 확인되는 발병징후는 식욕부진, 다음, 다뇨, 탈수, 음문종대, 복부팽대, 위임신,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다. 또한 질배출물은 자궁경관이 폐쇄되어 있는 폐쇄형은 삼출물이 질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개방형은 자궁경관이 확장되어 질에서 화농성 삼출물이 배설되어 나온다. 색깔은 황회색, 적갈색 등 다양하며, 특유의 악취를 보이는 게 많다. 자궁축농증의 예방 및 치료는 난소자궁적출술을 주로 시행한다. 난소자궁적출술의 가장 문제 되는 후유증은 탈장과 자궁파열, 복막염, 복강장기유착 등이 있다.
자궁축농증은 발병률이 20% 이상으로 높은 질환이라 출산 계획이 없는 암컷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의사들은 예방목적으로서 자궁적출술을 권한다. 하지만 나는 모든 장기는 제각기의 역할을 가지고 있고 자연 상태 그대로가 가장 좋은 것이라는 개인적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에 깜순이의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았다. 특히 자궁축농증은 질배출물을 통해서 확인이 쉬운 질병이었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예상과 달리 깜순이는 흔치 않은 폐쇄형 자궁축농증이 발병하고 말았다. 깜순이는 식욕이 강한 편이었는데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졌다. 잘 먹지도 않으면서도 화장실을 끊임없이 들락거려 이상하다 싶어서 쫓아가보니 소변을 찔끔 보고는 나왔다가 금방 또 돌아와 찔끔거리기를 쉴 새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배를 만져보니 배가 살짝 부푼 것 같았다. 깜순이는 나의 손길에 통증이 있는지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질분비물이 없었기 때문에 긴가민가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식음을 전폐한 깜순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12살 노령견, 심장비대, 고혈압은 일반 진료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까지 고려하면 노령견이기 때문에 호흡마취가 가능해야 하고, 심장비대가 있었기 때문에 심장초음파도 가능한 병원이어야 했다. 다행히 간, 심장, 신장이 모두 안 좋았던 강희 덕분에 동네 병원들은 꿰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채비를 하고 내원했다. 검사결과 깜순이는 폐쇄성 자궁축농증으로 자궁 내 염증이 너무 많이 쌓여 자궁파열까지 일어난 상태로 응급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깜순이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수의사 선생님은 예후가 50% 정도라고 말씀하셨다. 예후가 50%든 5%든 수술 외에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다행히도 수술은 무사히 끝났으나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다. 심장이 좋지 않았었는데 그 영향으로 빈호흡증상을 보이고 염증수치, 혈구수치도 정상범위로 돌아오지 못해서 매일이 고비였다. 일주일이 넘는 입원치료를 받고 나서야 수치가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고 통원치료를 진행하게 되었다.
예방 차원의 중성화수술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화로 인한 질병을 모두 예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자궁축농증 덕분에 심장비대도 다시 검사하고, 심장병의 주된 합병증인 폐수종 진행상황도 살펴보면 치료시기를 적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