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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순 Nov 12. 2023

펫로스증후군

온 세상이 흑백으로 변한 듯.

심리학에서 애도의 5단계를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으로 정리하였다. 이 다섯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진행과 퇴행이 반복되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수용의 단계에 이르러야 상실, 애도가 종료된다고 본다. 반려동물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빨라서 반려생활은 결국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종료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깊은 상실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펫로스증후군이라고 한다. 펫로스증후군은 정식 학명은 아니지만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깜순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온 세상의 불이 꺼진 것만 같았다. 시간은 자꾸만 마지막 날로 돌아갔다. 쓰다듬어 달라고 손 밑으로 머리를 밀어 넣는 깜순이를 더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지 못해서, 하루종일 졸졸 따라다니던 깜순이를 한 번 안아주지 못해서, 가뿐 숨을 내쉬는 깜순이를 좀 더 살뜰하게 살피지 못해서. 자꾸만 돌아가 그날의 모든 순간이 후회로 가득 찼다. 울다가 잠이 들면 또각또각 깜순이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눈을 뜨면 사라졌다.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깨비도, 강희도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아마도 내게 깜순이의 존재는 조금 더 특별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보내주기가 더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상실감은 생각보다 꽤 오래 지속되었다. 그래도 깜순이를 함께 기억해 주는 이들과 깜순이를 추억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깜순이를 떠올리면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 슬픔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젠 깜순이와 함께 했던 찬란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미소 짓는 날도 있다. 펫로스증후군 극복은 반려동물을 잊는 것이 아니다. 찬란한 시간들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것이다.

반려가족들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년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찾아오는 상실감과 우울감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충분히 애도하고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종종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유별나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 감정은 절대 유별난 감정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함께 나누며 동감하는 것도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과 건강한 이별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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