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완성검사

by 채작가

시동생의 권유로 남편은 심리상담일정을 예약했다. 남편은 심리상담이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던지 첫 상담에 동행을 부탁했다. 상담실이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도 했고 나 역시 주변에 심리상담가로 일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상담실에서 각 잡고 상담하는 걸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흥미롭기도 해서 알겠다고 했다.

상담 당일 예약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한 남편은 먼저 상담실에 들어갔고 뒤늦게 도착한 나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한 시간의 상담을 마치고 나온 남편은 눈가가 부어있었다. 성인이 되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운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애썼다고 다독여주는데 대뜸 상담선생님께서 다음 상담 때는 나와 함께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어떻냐고 물었다. 나는 굳이 부부상담을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색을 표하는데도 남편은 내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가 상담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이 검사지는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장완성검사'

"오은영의 결혼지옥'에서 부부들의 심리 상담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때 사용하는 그 검사였다. 문장완성검사란 미완의 문장을 완성하며 무의식과 성향을 파악하는 검사이다.

상담을 할지 안 할지,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남자와 계속 살지 안 살지도 모르는 판국에 이 검사를 해야 하는지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상담 전날밤이 되어서야 남편과 침대맡에 누워 검사지를 채워나갔다. 50개의 문항을 채우다 보니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일, 생각, 감정들이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다 채우고 남편이 적은 검사지를 보니 전문가가 아닌 내 눈에도 '이 사람은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알 것 같았다.

기왕 작성한 질문지의 해석을 들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상담에 동행하기로 했다. 막상 상담시간이 가까워지니 조금 긴장되기 시작했다. 상담실 안에서 만난 선생님은 귀여운 인상에 예상보다 연륜이 묻어나는 분이셨다. 숙제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우리는 검사지를 제출하고 선생님의 반응을 살폈는데 선생님은 검사지를 빠르게 한 번 스캔하고는 파일 뒤에 꽂아넣으셨다. 별 다른 코멘트 없이 오늘 초면인 나를 위해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하시고는 지난 상담에서 남편의 이야기가 잘 정리되지 않아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아내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동행을 부탁드렸다며 나를 부른 이유를 설명하셨다.

남편의 부모님과의 관계와 나와 만난 이야기를 한참 듣고 나서 나의 문장완성검사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신 선생님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게 되어있어요. 두 분도 가정환경에서 비슷한 아픔이 있을 것 같아 보이네요." 하셨다. 내심 가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나는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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