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심장이 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혹시 내가 이미 죽은 건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 가슴에 손을 대본다.
쿵... 쿵... 심장은 뛰고 있다. 그런데도 난 내가 살아있는지 의문이 든다.
언제부터 일까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게.
혹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일지 몰라 가본 정신과에서도 별 다른 해답은 듣지 못했다. 20여분이 걸린 문답 체크와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에서도 이런데 올만한 친구는 아닌 거 같은데 하며 3일 치 약만 처방받았다.
여러 책들을 읽으며 학습된 무력감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겪어 오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혔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될 때까지 시도하면 되지 않냐 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렇게 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테니. (물론 극 소수의 환경을 지배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하나 같이 밑바닥부터 악을 쓰며 올라왔다는 사람들의 자서전과 경험담을 들어보면 과거의 자신을 얼마나 안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는지 그저 포장하기 바쁘다.
물론 그들이 노력을 안 하고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은 성실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우리를 깎아내리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처럼 말한다. 그게 너무 억울하다. 세상엔 한두 번만 도전에 실패해도 다시 앞으로 나 갈 두 다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다는 걸 그들은 알까?
그러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다. 개굴개굴. 이 좁은 우물에서 나는 행복해라는 자기 암시를 걸며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당연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려 하는 사람이 되는 걸 지도 모른다. 물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참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작은 일에서만 행복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두렵다.
나도 작은 성공에도 심장이 뛰고 미친 듯이 기쁘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 운동회에서 달리기 1등을 해서 손등에 찍힌 도장과 상으로 받은 연필, 공책들. 도서관에서 책을 제일 많이 읽어 학교에서 상을 받았을 때,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여자 친구에게 고백했을 때, 얼마 안 되는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내 돈으로 우리 집에 42인치 tv를 샀을 때 등등...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웃을 일들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무언가 미치도록, 아니 그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몰두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없어졌다. 작은 성공에도 작은 기쁨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그 기쁨을 느껴보려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해보려 한다.
고작 400m 운동장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렸다는 것 만으로 날아갈 듯 기뻐하며 환하게 웃던 소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도 찾아야겠다.
남이 안되길 바라기보다 내가 더 잘 되길 바란다. 내 작은 행동들로 인해 앞으로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길 바라며 넋두리를 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