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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Nov 04.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안녕, 제주


 마지막 아침 산책을 나선다. 이제 몇 시간 후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만 빼면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맑은 공기까지 말이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남들이 깰까 봐 살금살금 숙소를 나선다.


 숙소에서 제법 떨어진 마을 입구? 까지 가보기로 했다. 전날 밤에 숙소 사장님이 알려준 곳까지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을 되짚어봤다.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미룰까라는 생각도 아주 잠시 했지만, 정말 오늘을 마지막인 걸로!


마지막 산책의 종점


 천천히 걸어도 그렇게 크지 않은 곳이라 금방 마을 입구까지 와버렸다. 잠시 나무 밑에 기대어 이 고요함을 느껴본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 이곳에 이렇게 오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숙소를 향해 돌아간다. 왔던 길과 다른 길로 올라갔는데 그곳이 지름길이 었는지 내려갔을 때 보다 더 빨리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앞에는 사장님과 장기투숙객 한분이 산책을 하러 나가려고 준비 중이셨다. 잘 있다 간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씻고 나오니 몇몇 분들이 일어나 계셔서 짐을 차로 옮기며 인사를 나눴다.


 오래 본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며칠간 편하게 웃고 떠들며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짐을 다 옮기고 차에 시동을 건다. 진짜 간다. 나.


북적북적 한 이곳이 그리울 것 같다.



 갈 땐 가더라도 해장국 한 그릇 정돈 괜찮잖아...?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함덕에서 맛있게 먹었던 은희네 해장국으로!


 꼭 먹어야겠다 보다는 마지막으로 김녕, 함덕 바다를 한 번씩 보고 가려는 이유도 있어 중간에 있는 이곳으로 정했다.


 바다구경을 하고 든든한 국밥으로 배를 채운 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잠시 바다 구경...


안녕, 함덕.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지 커피가 꽤 늦게 나왔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비행기 시간은 여유가 있고 내 앞엔 바다가 있으니까.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작은 폐가? 같은 곳이 보인다.



돈만 있으면 매입해서 이쁘게 꾸며 놓고 작은 카페를 하고 싶다. (힙한 느낌으로?)


 이제 공항으로 네비를 찍고 운전에 집중. 아침이라 차도 많이 막히지 않아 도로를 전세 낸 것처럼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작은 초등학교, 조용한 바닷가, 한산한 거리... 또 보러 올 기회가 있겠지?


 공항 근처에 예상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빨리 도착해 바다 구경 한번 더하고 (미련을 못 버리나...) 차를 탁송 업체에 넘겼다.


 면세점에서 비싼 양주도 한 병 사고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린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도착해 저마다의 일행들과 웃으며 지나간다.


 나의 한 달 전 모습 같아 보이는 저 사람들도 제주에서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


 제주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어 두서없이 써 내려간 내 한 달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정말 좋았어 제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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