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딸의 하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원 가기전에 30분 정도 기다려야 해서 간식을 준비하고 오랫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원래 같이 학원가는 친구가 있어 30분 내내 친구랑 놀고 있지만 오늘은 그 친구가 다른 일정 때문에 학원을 같이 안가게 되었네요
사실 딸이 유치원에서 일어난 말들을 잘 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워서 그런지 자랑하고 싶은 내용이 없어서 그런지
뭐 배웠냐고 하면 맨날 똑같아 정도만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대답을 유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인지 7세 딸과의 대화는 쉽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연예인 관련 대화를 해야지 오래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근에 관심도 없는 걸그룹도 많이 보면서 공부(?)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딸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빠는 몇살로 돌아가고 싶어"
"초등학생? 20살? 30살?"
아마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아빠는 몇살로 돌아가고 싶다더라 언제로 돌아가고 싶다더라 이런 말을 해서 질문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요즘 타임슬립 드라마도 많이 나오고 예전 배경의 드라마를 볼 때면 저런 생각을 종종 해봤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추억과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생각나고 그때 돌아가면 정말 잘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좋은 추억도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던 순간들도 있고 예전 생각을 하면 만감이 교차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딸이 물어봤을때 어떤 대답을 해야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다행이 10초 이내로 나름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지금이 제일 좋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
"왜??"
"왜냐하면 엄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면 엄마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럼 ㅇㅇ이를 못만날 수도 있잖아"
저 대답을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리엑션이 없었거든요 추가 질문도 없었구요
아마 초등학교 때 라고 말하면 그때는 어떻게 놀았는지 뭐가 다른지 이런 질문을 했을 것 같네요
이후 다른 주제의 내용을 말하면서 이 대화는 끝이 났네요
하지만 오늘 제가 했던 말을 딸이 나중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의 소중함 과거에 연연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충실하고 미래를 보는 삶을 살아가는 딸아이의 모습의 작은 불씨가 오늘의 대화였으면 합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똑같은 질문을 몇번 더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은 대답을 해주면 딸아이도 제 마음을 알아봐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