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될까?
정답: 이상한 사람 된다. (진짜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직무에 대한 정의는 애매했고, 정답은 더더욱 없었다. 뭐라고 딱 정해진게 없기 때문에, 정성적인 역량들도 중요했다.
사수도 없고, 정석도 없고… (아, 『기획의 정석』 책은 있었다.)
구글링하면 실리콘밸리, UI/UX, 스타트업 이야기뿐.
막상 ‘지금 내가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몰라도 일단, 제대로 해보자.”
모르면 계속 물어봤고,
커피챗도 열심히 신청해서 얻어걸리듯 배우고,
배운 건 바로 실무에 적용했다.
프로젝트마다 나아지는 느낌에 도파민이 분출됐다.
이쯤 되면, 일 좋아하는 사람 맞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문제가 생겼다.
주변 시선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밌어요?”
“왜 그렇게까지 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재밌었다. 진심으로. 설레기까지 했다.
하지만 ‘혼자’ 열심히 하면
어느 순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된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성과도 내면서 몇몇 동료들은 좋게 봐주었지만,
몇몇은 그냥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같이 하면 되잖아?‘
’성취를 공유하자!‘
그 시작이 QA였다.
원래는 혼자 조용히 테스트하던 일이었지만,
“같이 해보실래요?” 한마디에
“어… 제가요?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함께 테스트하고, 함께 문제를 찾고,
성공적으로 업데이트까지 마무리했다.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빨랐다.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로 이뤄진,
급하게 만들어진 협업이었지만 진짜 ‘같이’ 만든 결과였다.
도움을 요청하는 걸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주도하되, 함께하는 법도 중요하다는 걸 이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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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는 잘 됐지만… 겉으로 보이는 UI가 좀 구렸다.
신나게 리디자인을 제안하고 적용했는데
사용자 반응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아, 이게 익숙한데 기능 어디 갔어요?”
“불편하고 구려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무리 겉보기엔 구려도,
사람들은 이미 ‘익숙함’에 적응해 있었다.
갑자기 확 바꾸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보기 시작했다.
근데 데이터를 보려면 로그 설계를 해야 했다.
할 줄 몰랐으므로, 또 배웠다.
그렇게 알아낸 것들:
• 자주 눌리는 버튼
• 중요한데 외면받는 기능
• 아무도 안 쓰는 레거시 UI
하나씩 정리해서 개선하고, 다시 배포했다.
그제야 프로젝트와 결과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데이터 드리븐?
나의 첫 데이터 드리븐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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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꼼수 없이 물어보고, 배우고, 같이 하다 보니
뭔가 되긴 했다.
그렇게 또 한 프로젝트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