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감정이 주는 특별함
2006년 1월 2일
입영통지서를 받아 든 뒤,
불편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난다는 묘한 해방감과
군대라는 이름의 막연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나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거의 매일 취한 채로 흘려보냈다.
시간은 생각보다 쏜살같이 빨랐고,
어느새 군 입대 전날이 되었다.
몇몇 친구들과 함께 춘천으로 향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동해바다에 들러 차가운 바람을 맞고,
휴게소에 들러 평소보다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을 먹었다.
친구들은 입대 전의 나에게
좋은 추억 하나라도 더 남겨주려 애쓰고 있었고
그 마음이 고맙다는 건 분명 느껴졌지만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만큼
내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입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쉴 새 없이 소란스러웠다.
춘천에 도착하자마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빡빡 밀었다.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은
군 입대라는 현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친구들은 위로라며
내 머리를 가리키고 손가락질하며 놀려댔고
그 모습이 오히려 고마웠다.
괜히 더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우리는 송별회를 위해 곧장 술집으로 향했다.
복잡한 마음을 잠재우려
잔을 연달아 비우다 보니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았고
그제야 그 밤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지나온 시간들을 하나씩 꺼내 놓으며
조각 맞추듯 추억을 이어갔고
짝사랑했지만 끝내 고백하지 못했던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시리게 아려왔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사소한 모든 장면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새벽 늦게까지 이어진 자리 탓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무거운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 진짜 입대하는구나...'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
유난히 차가운 춘천의 겨울 공기는
내 마음까지 서늘하게 파고들었고
102 보충대로 향하는 차 안은
말 한마디 없는 적막으로 가득 찼다.
어머니를 껴안고 우는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친구,
묵묵히 혼자 서 있는 친구.
그 모든 이별의 장면들이 모여
그곳은 하나의 입대 현장이 되었다.
나는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뒤돌아 군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뒤에서 친구들이 내 이름을 크게 불렀지만
나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훈련소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아직 덜 깬 취기 탓에 정신은 몽롱했고
우울함은 점점 더 깊어졌다.
"똑바로 안 서? xx새끼들아!"
"2열 종대로 헤쳐 모여! xx놈들아!"
"안 뛰어?! 장난 같아?!"
예고 없이 쏟아진
조교들의 고성과 욕설 섞인 명령에
수백 명의 동기들은
파도처럼 이리저리 흩어졌고
늘어져 있던 내 정신은
두려움에 단숨에 얼어붙었다.
그렇게,
군 생활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