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조용한 착각

by 중독작가

2000년 3월.


중학교 2학년 입학식 날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취향이 맞는 무리들은 자연스럽게 나뉘어 있었다.
내가 속한 무리는 유독 일탈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왜 그렇게 더 하고 싶어 졌을까.

아마도 그 행위들이
우리를 더 대담하고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철없이 믿었던,
어린 영웅심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태준이는 그 무리 속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친구였다.
반항과 일탈을 즐기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아이였다.

특이한 성격과 외모 덕분에
그의 이름은 동네 어디를 가도
한 번쯤은 들릴 정도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난 뒤
나는 태준이의 집에 놀러 갔다.

그날 처음으로
태준이의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강릉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계셔서
집에는 가끔씩만 오셨기 때문이다.

태준이는 예전에 내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어머니는 피우던 담배를 급히 끄시고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말씀하셨다.


"어서 와. 네가 철인이구나? 얘기 많이 들었다.

우리 태준이 잘 부탁하고,
나쁜 짓 시키지 말고 착하게 놀아. 알았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적잖이 놀랐다.

어머니가 알고 있는 태준이와 내가 알고 있는 태준이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태준이는
여전히 귀엽고 착하기만 한 아들이었고,

나에게 태준이는
그 누구보다 일탈을 즐기는 반항아였다.

심지어
내게 처음 술과 담배를 알려 준 친구이기도 했다.


"나쁜 짓 시키지 말고 착하게 놀아."


그 말을 뒤로하고 집 밖으로 나온 우리는
그날도 어김없이
소주와 콜라를 사 들고 역전 다리 밑으로 갔다.

다리 밑에 둘러앉아 술과 담배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 손에 담배를 쥔 태준이가
종이컵 가득 채운 소주를 단숨에 들이켜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그날 들었던 말이
내 머릿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태준이 나쁜 짓 시키지 말고 착하게 놀아.'


어쩌면
어머니에게 아들은 세상이 뭐라 하든
끝내 착한 아이로 남아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모성애라는 것은
사실을 바로 보게 만드는 힘이라기보다
차라리
보고 싶은 모습만 남겨 두는
조용한 착각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우리는 각자 집으로 향했다.

밤 열두 시쯤 집에 들어갔을 때
엄마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너 요즘 태준이랑 다니지?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다닌다고 동네에 소문이 다 났어.

엄마 다 알고 있어!

태준이 아주 질 나쁜 애라고 소문났던데
앞으로 걔랑 절대 놀지 마. 알았어!?"


나는 취기를 빌려
용기라도 낸 듯 따지듯 말했다.


"그럼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 나보고 나쁜 애라면서
자기 애들한테
'걔랑 놀지 마' 그러면 기분 좋겠어!?”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걱정과 화가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태준이 어머니가 바라보던 아들과
내 엄마가 바라보던 아들.

어쩌면 그 두 사람 모두 같은 착각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아들이란
세상이 뭐라고 말하든 끝까지 믿고 싶은
귀한 존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