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디션

작은 선택

by 중독작가

2000년 7월.


나는 만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방과 후에는 미술부에서 시간을 보냈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학교 2학년이던 내가
처음으로 서점에서 산 책의 제목도
「만화가 되는 법」이었다.

집에서는 만화책 크기로 종이를 재단해
내가 만든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일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건 단순한 취미라기보다
작은 세계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 한 명이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너, 관악부 시험 한번 봐볼래?"


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관악부는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그 명성만큼 입단은 쉽지 않았고,
군기도 엄격해 구타와 얼차려로
악명이 높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은 상태였다.


"관악부 들어가기 힘들잖아.
그리고 난 지금 미술부가 더 좋아."


나는 망설이며 대답했다.

친구는 이미 자리를 알아본 듯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를 설득했다.


"지금 한 자리가 비었는데, 내가 선생님께 추천했어.
관악부 들어가면 행사도 다니고,
수업도 빠질 수 있고...
놀이공원 행사 잡히면 하루 종일 놀 수도 있어."


두려움과 유혹이 동시에 밀려왔다.
군기와 텃세는 분명 부담이었지만,
공부보다 노는 걸 더 좋아했던 내 마음은
이미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알겠어... 그럼 내가 뭘 하면 돼?"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일단 기다려."


다음 날 아침,
친구는 숨이 찬 채 내게 달려왔다.


"선생님이 너 방과 후에 합주실로 오래!"


그날 방과 후,
나는 합주실로 향했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괜히 더 긴장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단원들은 모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그 분위기는 중학생의 교실이라기보다
작은 군대를 떠올리게 했다.


"네가 ㅇㅇ이지?
일단 저 뒤에 있는 큰북으로 가봐."


나는 말없이 큰북 앞에 섰다.


"채 잡고 있어.
우리가 애국가 연주할 테니까
박자에 맞춰서 정박으로 쳐."


그게 내 오디션의 전부였다.

짧은 애국가였지만
손바닥엔 땀이 차고,
온 신경이 북에 쏠렸다.
단순한 리듬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음악 선생님은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


"그래. 이제 가봐."


나는 어딘가 허전한 마음으로
합주실을 나섰다.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무표정한 선생님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아, 이건 아닌가 보다.'


그렇게 관악부에 대한 미련을 접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창문 너머로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나를 추천했던 친구가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야! 너 내일부터 관악부 나오래!"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진짜...? 어... 알겠어."


그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또 하나의 길 위에 서게 됐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내 음악 인생의 시작이 될 줄은
그때는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