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취재기
정말 오랜만에 비하인드 취재수첩으로 돌아왔습니다. :)
다시 꾸준한 연재를 약속하며... 시작해보겠습니다.
청년 실업과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요.
이런 와중 청년들의 취업 준비에도 많은 트렌드 변화가 있었습니다.
소위 ‘8대 전문직(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관세사)으로 불리는 시험의 경쟁률이 나날이 오르고 있는데요.
반면 공무원 시험의 인기는 과거와 달라진 상황입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이던 10년 전에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는데요.
오늘은 어떤 이유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과거에나 지금에나 문과생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건 상수였습니다.
취업도 어렵지만 근속연수가 짧은 것도 문제였는데요.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권의 경우에도 조기 퇴직 문제가 항상 불거졌었죠.
그러다보니 문과생들이 전문직 시험으로 몰리는 경향이 생기는데요.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관세사를 제외한 모든 전문직 시험의 응시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 수는 1만1161명에서 1만7360명으로, 회계사 시험도 9677명에서 1만5940명으로 크게 늘었는데요.
노무사(6211명 -> 1만225명), 감정평가사(2130명 -> 6484명), 법무사(3795명 -> 7616명)의 경우 응시자 수가 2~3배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문과생들이 전문직에 몰리는 이유로 ‘안정성’과 ‘고연봉’이 꼽힙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법률을 통해 “문과생들이 전통적인 취업 준비보다 전문직 시험에 눈을 돌리는 것은 취업 시장에서 문과생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대부분의 문과생들이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취업시장에 진입하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전문직이 아닌 문과 직무의 경우 저임금에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위험이 예상되다보니 문과생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대학생 때부터 전문직 시험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전문직 시험과 달리 공무원 시험은 지난 5년간 경쟁률이 꾸준히 하락 중인데요.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9급 공무원 평균 경쟁률은 2020년 37.2대 1, 2021년 35.0대 1, 2022년 29.2대 1, 지난해 22.8대 1, 올해 21.8대 1로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앞서 언급한 전문직 준비 이유 중 ‘안정성’은 공무원도 충족합니다.
하지만 문과생들에게 공무원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저임금’과 ‘수직적인 조직 문화’ 때문입니다.
현재 9급 공무원 1호봉은 200만900원입니다. 군경의 순경과 하사 1호봉이 동일한데요. 교원의 경우 1호봉이 191만5100원입니다.
물론 각종 수당이 붙지만 수당이 붙더라도 저연차 공무원의 저임금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공무원은 박봉’이라는 인식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최근 물가상승률, 최저임금 상승률 대비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낮게 책정되면서 이 문제는 더 심화됐습니다.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8%, 2021년 0.9%, 2022년 1.4%, 2023년 1.7%로 물가상승률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더욱이 이 기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으로 최저임금은 크게 올랐는데요.
그러다보니 저연차 공무원의 임금이 월급 기준 최저임금 206만740원보다 낮아지는 일이 발생했고 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부하 직원들이 사비를 들여 상급자의 밥을 사는 ‘과장님 모시는 날’ 등의 수직적 문화도 여전한데요.
MZ세대가 저임금에 수직적 분위기에 공무원을 선호할리 없겠죠. 조직 문화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까지 맞물리며 공무원의 인기도 하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A씨는 “저임금에 선거, 제설 등 워라벨도 안 좋은 상황”며 “사실상 안정성 외에는 장점이 없다. 개선되지 않으면 인기는 계속 떨어질 것”이하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저연차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의 장점인 ‘워라밸’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요.
제설, 선거 사무, 지역 축제 차출 등으로 퇴근 이후와 주말에도 하는 근무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이런 차출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 전부가 아닌 정해진 시간만 수당을 지급하다보니 일은 일대로 하고 수당은 제대로 못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는데요.
A 씨는 “아무리 공무원이 근로자가 아니아니라지만 너무나 쉽게 공짜 노동에 내몰린다”며 “힘든 사무가 몰리는 저연차 공무원은 워라벨도 없다”고 했습니다.
10년 전에는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제가 학보사를 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에는 ‘공무원 시험 과열‘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요.
당시 중소기업의 고용 불안정성과 저임금으로 청년층이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임금 수준 차이가 중소기업과 거의 나지 않고, 그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근로감독 강화 등으로 직장 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와 달리 공무원의 임금과 문화는 거의 제자리인 상황인데요. 이로 인해 공직을 희망하는 청년층이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사기업의 고용 불안정성 문제는 여전합니다. 미래에셋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입니다.
공무원처럼 정년 60세를 채우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보니 청년들은 사실상 정년이 없고 임금 수준이 높은 전문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일자리 양극화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문가가 되려는 청년이 많으면 좋지’하고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장수생’, ‘고시낭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소수의 일자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결국 패자가 된 경우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점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반드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일 것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노동시장 양극화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과생들의 ‘수험 양극화’
청년층의 진로 선택 왜곡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해당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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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문제, 문제는 개수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다
http://kwnews.kw.ac.kr/news/articleView.html?idxno=2552
청년실업률 12.5% 보다 주목해야 하는 청년비정규직 35%
http://kwnews.kw.ac.kr/news/articleView.html?idxno=2122&page=2&total=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