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국토부•검찰’이 모두 관계된 쿠팡 노사관계
노사 분쟁으로 가장 핫(Hot)한 기업 중 하나를 꼽으라면 쿠팡을 꼽을 수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클렌징, 과로사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쿠팡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과연 쿠팡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쿠팡의 블랙리스트 논란은 MBC의 보도로 촉발됐습니다.
MBC는 지난해 2월 보도를 통해 쿠팡이 ‘PNG 리스트’라는 채용 제한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리스트에는 '정상적 업무 수행 불가', '반복적 무단결근', '직장 내 성희롱' 등을 이유로 1만6450명의 이름이 올라 있었습니다.
이어 MBC는 PNG 리스트에 노조 조합원과 쿠팡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인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는데요.
보도가 사실이라면 쿠팡의 리스트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물론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이 문제는 국회 청문회에서도 다뤄졌지만 이후에도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쿠팡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제보자들을 고소했습니다.
청문회 이후 쿠팡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제보자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신청을 했지만 권익위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형사 고소만으로는 불이익 조치가 아니여서 보호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블랙리스트 논란에 이어 쿠팡 노동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클렌징’입니다.
클렌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쿠팡의 배송기사 계약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쿠팡의 배송기사는 크게 직고용 기사인 ‘쿠팡 친구’와 하청 기사로 나뉘는데요.
하청 기사는 택배 대리점에 소속된 기사로 쿠팡이 택배 대리점과 하청 계약을 맺어 쿠팡 배송을 합니다.
그렇다면 클렌징은 무엇을 말할까요?
클렌징이란 쿠팡이 하청 택배 대리점에게 배송률 미달 등을 이유로 지역의 택배 위탁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을 말합니다.
배송률이 미달되면 위탁계약이 취소되기 때문에 클렌징 당하지 않기 위해 대리점 기사들이 과로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쿠팡 기사의 과로사 논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쿠팡 대구 칠곡캠프에서 야간배송을 마치고 귀가한 뒤 사망한 장 모 씨가 산재 승인을 받았고, 2023년 10월 군포캠프에서 새벽배송 도중 숨진 A 씨도 장시간ㆍ야간 노동으로 과로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쿠팡 남양주2캠프(물류센터)에서 퀵플랙서(배송기사)로 일하던 정 모 씨가 배송지와 캠프를 하루 3회 왕복(총 120km)하고 심야노동을 주당 63시간씩 하다가 지난해 5월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카카오톡에서 관리자에게 '개처럼 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을 바쁘게 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었는데요.
이로 인해 쿠팡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고 결국 청문회가 열리게 됩니다.
계속되는 여러 노동 문제에 국회 환노위는 지난 1월 청문회를 실시합니다.
야당 의원들의 과로사 지적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청문회 후 지난 2월 쿠팡은 ‘쿠팡-소상공인·민생단체 상생협약 체결 및 배달앱 사회적대화기구 출범식’에 참석해 상생협약서에 서명합니다.
상생협약서에는
1. 택배 대리점 계약서를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와 동일하게 구성하고 클렌징(배송구역 회수제도)을 통한 즉시 계약해지 폐지
2. 영업점 배송인력(택배노동자)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무료 건강검진 항목 대폭 확대
3. 입점업체의 배달중개수수료 부담완화와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
내용이 담겼는데요.
쿠팡은 클렌징에 대해 계약서에 관련 조항 10개 중 6개를 삭제하고 4개는 일단 유지하되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유지하기로 한 클렌징 관련 조항 4개를 밝히지 않았고 과로사 유가족들이 요구한 ‘물류센터 노동자 30분 휴식’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클렌징이 드디어 해결되나 했지만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택배노조는 쿠팡이 쟁의행위로 인해 수행률이 떨어지자 대리점 계약을 회수했다며 클렌징을 통한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하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클렌징은 부당노동행위도 문제지만 결국 ’과로사‘를 유발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클렌징이 아니더라도 쿠팡으로 시작된 택배사 과로는 다른 택배사들로 번지고 있는데요.
쿠팡이 시작한 ‘로켓 배송’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꿨고, 이제는 쿠팡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쿠팡은 2021년 택배시장 점유율 2위(24.1%)를 달성했는데요.
쿠팡으로 인해 택배 과로사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현장의 비판이 나옵니다. 왜 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택배 과로사 사회적 합의’를 다시 돌아봐야 할텐데요.
택배업계는 2020년 20명 넘는 배송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하면서 노사가 2021년에 배송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맺었습니다.
사회적 합의로 배송기사들의 장시간(1일 12시간, 주 60시간 초과 업무)ㆍ야간노동, 분류작업이 금지됐는데요.
이후 택배 기사님들의 과로는 줄어들었지만 기존 택배사들은 점유율이 점점 밀리자 주말•야간 배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쿠팡으로 인해 택배 과로사 합의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2021년 사회적 합의가 무용지물이 되고 다시 2020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이 외에도 쿠팡에는 여러 노동문제가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입차 제한’입니다.
지난 2023년 7월 송정현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 일산지회장 등 노조 조합원들은 쿠팡 캠프에서 20여 분 동안 다른 근로자에게 노조 소식지를 나눠줬다가 쿠팡CLS로부터 캠프 출입을 금지당하고 입차를 제한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쿠팡CLS 내에서 노조 홍보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면서 소송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송 지회장은 쿠팡CLS 캠프 출입 및 입차가 제한돼 생계 유지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나 쿠팡CLS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대리점과 해결하라"며 송 지회장의 원직복직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의 일방적 캠프 변경 통보도 문제 중 하나입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일산 7캠프에서 일하던 배송기사들에게 7캠프에서 30km 떨어진 김포 1캠프에서 일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영업점과 쿠팡 간 계약인데요. 영업점과 쿠팡 간 계약에는 담당 캠프가 지정돼 있지 않습니다.
쿠팡은 수행률에 따라 영업점에게 지정한 캠프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데요.
배송기사들은 쿠팡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어 일방적으로 캠프가 변경돼도 쿠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캠프가 일방적으로 먼 곳으로 변경되면 배송기사들의 근로시간이 늘어나고 주유비, 톨게이트비 등 제반 비용이 늘어나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해 불만이 높은 상황입니다.
또한 쿠팡 노사협의회 선거에서 비정규직의 피선거권 제한, 선거구 비공개가 논란이 됐는데요.
선거공고에 따르면
1. 조직책임자
2. 3년 이내 근로계약 종료가 예정돼 있는 자
3. 선거일부터 과거 2년간 감봉 이상의 징계 이력이 있는 자
위에 해당하면 근로자위원으로 출마할 수 없습니다.
노조에서는 3년 이내 계약직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대법원은 지난 2002년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위원 선출 절차와 방법에 관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면서도 "재량권 행사가 헌법과 관련 법령이 보호하는 근로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 내지 권리를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ㆍ제한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노조에서는 계약직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것이 재량권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태입니다.
노동문제가 없는 대기업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쿠팡에서는 유독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연 쿠팡 노사는 산적한 노동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요?
로캣배송만큼 빠른 문제 해결을 기대해 봅니다.
-해당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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