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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좌초된’ 노란봉투법, 치열했던 노사 대립

‘원하청 교섭, 구조조정 파업, 손배가압류’의 미래는?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결국 좌절됐습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공포가 미뤄지고, 재투표에서 결국 부결된 것인데요.


올해 가장 큰 노동 이슈 중 하나였던 노란봉투법.


노란봉투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1. '쌍용차 손배소'로 시작되고, '대우조선해양 점거'로 불 붙은 노란봉투법

노조법 개정 운동본부의 투쟁 선포 기자회견(국회 정문 앞)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손배소 사태'로 인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쌍용차의 불법 파업으로 인해 조합원들에게 47억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것인데요.


이에 한 시민이 조합원들을 도와달라며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시사in에 보내면서 노란봉투법의 어원이 시작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을 의미합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해당 법안이 사용자성과 쟁의행위의 개념을 넓히고, 개별 조합원의 손배책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되지 못 하다가 올해 6월 '대우조선해양 점거'로 입법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대우조선해양 하청근로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옥포조선소 선박을 51일 동안 점거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에 사측이 파업 참여자들에게 470억 원의 손배청구소송을 하면서 노란봉투법 제정이 불 붙기 시작합니다.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의 교섭 거부, 이에 따른 파업의 불법화, 그리고 거액의 손배소까지 노란봉투법으로 바꾸고자 했던 것들이 모두 곪아 터져버렸기 때문입니다.



2. 노란봉투 안에는 무엇이 들었나

그렇다면 노란봉투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요?


노란봉투법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1)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회사의 사용자성 인정 확대(하청업체 근로조건 실질, 구체적 지배 결정 가능 시 인정)


우선 현행 노조법상 하청회사에 대해서 원청회사는 교섭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청회사는 원청회사의 정책에 따라 근로조건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에 하청 근로자들은 항상 원청회사와 교섭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원청회사가 경기 호황으로 이익이 50에서 100으로 늘어났다 가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원청이 하청회사에 주는 대금이 계속해서 10이라면 하청회사는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돈을 쓸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하청 근로자들이 하청회사와 교섭해봐야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것인데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서 원청이 교섭에 응하라는 것입니다.


2) 쟁의행위 개념 확대(근로조건 주장 불일치까지 인정)


다음으로 현재 우리나라 노조법상 구조조정, 정리해고 저지를 이유로 한 쟁의행위는 불법입니다.


즉 ‘임금을 올려달라’, ‘근로시간을 줄여달라’는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적법이지만 당장 해고당하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불법이 되는 것입니다.


왜 불법 파업을 하지? 라는 의문의 대부분 원인이 이 때문입니다.


쌍용차 파업의 경우도 정리해고에 대해 파업을 했기 때문에 불법파업이 된 것입니다.


3)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책임 제한(개별 책임 산정, 연대책임 제외)


마지막으로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있는데요.


현행법으로는 불법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 전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 전원에 대한 거액의 손배 가압류가 가능한 상황인데요.


이렇게 되다보니 사측에서 불법파업 시 거액의 손배가압류로 노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법이 노란봉투법이었던 것입니다.



3. 경영계의 강한 반대...'불법파업 상시화', '일자리 감소' 가져올 것

경제6단체의 노랑봉투법 국회 통과 반대 기자회견(국회 소통관)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계속해서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조장법'이라는 이유인데요.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손해배상이 제한되어 불법파업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원청이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에도 응해야 하기에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불법파업이 만연해지고 원하청의 산업생태계가 붕괴되면 결국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경고합니다.



4. 노동계는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위해서는 필수라는 입장

민주노총의 노란봉투법 기자간담회(민주노총)

하지만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이 아닌 이중구조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선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에서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의 근로조건 격차를 말합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양극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계는 물론 정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정책을 내는 상황입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과 플랫폼 종사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게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져 그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불법파업 상시화도 경영계의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인데요.


개정법이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을 무제한적으로 넓히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쟁점이 되는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대한 파업도 법 조문만으로 무제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법파업 상시화, 일자리 감소라는 경영계의 주장이 모두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5. 국회 본회의 통과했으나 결국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절된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후 경제6단체의 거부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프레스센터)

노란봉투법은 결국 국회 본회의의 문을 넘었습니다.


야당 단독처리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인데요.


하지만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해야 시행되기에 또 다시 벽에 부딪혔는데요.


노동계는 대통령의 거부권은 '절차적 거부권'에 불과하기에 법률안의 위헌성, 집행불가능성, 국익불합치성, 오용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돼 사용되어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경영계는 산업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기에 대통령 거부권으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물론 거부권 행사 자체로 법안이 폐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부권의 정식 명칭은 '재의요구권'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재투표를 거치게 됩니다. 재투표 시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의결됩니다.


결국 재투표에 부쳐진 노란봉투법은 최종 부결되면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은 세상에 나오지 못 했습니다.


과연 노란봉투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대로 영영 무산되고 마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활할 날이 올까요.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기사

“정기국회서 노란봉투법 처리” 노동계 국회 앞 ‘막판 투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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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불법파업 조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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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본부 “노란봉투법, 상시 불법파업 아닌 이중구조 개선 가져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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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으로 노란봉투법 막아야” 경영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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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에 노란봉투법 ‘좌초 위기’…노동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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