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은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동법 제48조는 법원은 기피신청이 있은 경우에는 그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절차를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피신청이 각하되거나 종국판결 선고, 긴급을 요하는 행위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는 제척 제도를 보충하여 재판의 공정을 보다 철저히 하기 위한 제도이다.
1.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것
(1) 원칙
법관에게 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란 통상인의 판단으로서 법관과 사건과의 특수한 관계에 비추어 편파적이고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는 객관적 사정을 말한다. 판례는 이러한 객관적 사정이 있는 이상 실제로는 그 법관에게 편파성이 없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구체적 검토
➀ 당사자와의 사정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법관이 혼인관계, 친척관계, 우정관계, 원한관계가 있는 때, 당사자가 회사인 경우에는 법관이 주주 등 그 구성원이거나 재판 외에서 당사자와 법률상담을 한 때에는 이에 해당한다.
➁ 소송대리인과의 사정
가. 문제의 소재
당사자는 아니나, 법관이 소송대리인과의 관계에서 혼인관계, 우정관계 등이 있는 때에도 기피 이유가 되는지에 대하여 견해 대립이 있다.
나. 학설
<긍정설>은 본인과의 관계만큼 엄격한 기준에 의할 것은 아니더라도 연고와 의리를 중시하는 풍토에서 법조의 정화를 위해서나 제41조 제2호와의 균형 관계로 보나 기피 이유가 된다는 견해이다. 반면 <부정설>은 소송대리인이 변호사인 경우에는 특별히 공정을 해할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피 이유가 되지 않으나, 변호사가 아닌 경우에는 당사자에 준하여 기피 이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다. 검토
생각건대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는 우리 사회에서 법조의 정화를 위하여 또는 국민의 사법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기피 이유가 된다는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객관적 사정일 것
(1) 의의
기피 이유는 불공평한 재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일으킬 객관적 사정을 말하기 때문에, 당사자측에서 품는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주관적인 의혹만으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2) 판례
대법원은 같은 종류의 사건에 대하여 판결을 행한 바 있거나, 재판장이 상기된 어조로 당사자에 대하여 이 사람아라고 호칭한 경우, 채택된 증거를 일부 취소한 경우, 이송신청에 대한 可否 판단 없이 소송을 진행한 경우 등은 기피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1. 문제의 소재
전술한 바 동법 제48조에 따라 당사자의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안소송절차를 정지하고 기피에 관한 재판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나, 법원이 이를 무시하고 절차를 계속 진행한 경우 이후에 기피 신청이 기각되었다면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2. 학설
<적극설>은 절차의 신속·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절차 속행의 하자가 무조건적으로 치유된다고 본다. 이와 달리 <소극설>은 기피 신청한 자는 기피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체의 소송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를 무시한 절차 속행은 기피 신청한 자의 절차권의 침해이고 중대한 하자이므로 치유되지 않는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절충설>은 절차 속행의 모든 경우가 아니라 절차를 속행했더라도 기피 신청자의 소송상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긴급하지 않은 소송 행위를 한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본다.
3. 판례
대법원은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이 그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한 판결의 효력은 당해 기피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유효한 것으로 된다고 판시하여 적극설의 입장인듯 하나, <소극설>의 입장인 판결도 존재한다.
4. 검토
<적극설> 당사자의 절차권 침해를 용인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소극설>은 소송경제에 반하는 바, 기피 신청인이 긴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 일단 소송행위를 한 이상 신청인의 소송상 이익을 침해한 바 없으므로 중도적인 절충설이 타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