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가는 모든 것들에게

by 생각곰

중학교 입학을 앞두던 어느 겨울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형은 대뜸,

사진작가가 되겠다며 카메라를 사서

주말 마다 출사를 떠났다.


이곳 저곳 다니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업으로 삼는다니.

공부를 곧잘 하던 아들이 갑자기 사진 작가가 되겠다 하니,

당연히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부모님은 극구 반대를 하셨다.


어린 나 역시,

갑작스런 그런 형의 모습이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다.

형은,

결국 사진과는 먼 학과에 진학을 했다.


어는 덧 15년도 더 지난 지금,

나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언젠가 그곳에 가겠다는 작은 다짐이 되기도 한다.



사물의 형태를 사진에 담는다.

인물의 표정을 사진에 담는다.

그 길의 온도와 살갖에 닿는 습도를 사진에 담는다.

스치며 느껴지는 순간의 향기를 사진에 담는다.


우리는 매 순간 순간 향기와 온도와 느낌을

무의식 중에 저장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기억이 무릅 떠오르며,

그 날을 떠 올린다.


그저

우린 고개를 떨구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는 순간이 찾아온다.


누군가의 순간을,

나의 시선으로 기록해두고 싶다.


렌즈 속 너머로

정지되어 있는 그들.

이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지금 이렇게 있다고.


이내 그들은 손짓한다.

그 때를 기억해달라고.

이 곳으로 다시 한 번 와달라고.


넌지시 그들의 시선을 바라보며,

이제는 내가 그 시선이 되어보기로 한다.


KakaoTalk_20250729_133344503_01.jpg
5.png
KakaoTalk_20250729_120642074_01.jpg


화요일 연재
이전 08화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