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를 안고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나는 처음으로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이 정규직, 오퍼를 받은 연방정부는 계약직이었다. 그것도 3개월 단기 계약. 주변에서 나와 비슷한 길을 거쳐간 지인들을 보면 캐나다 연방정부에 첫 발을 들일 때 계약직으로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는 나와 같은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했다가 1-2년의 장기 계약직으로 연장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단계를 거친 이들도 있었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불안정한 계약직으로 이직하겠다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연봉, 복지 (사실 이게 더 크게 작용했다), 조직문화 등 여러 가지로 나에게 더 나은 직장이라는 생각이었고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용기를 얻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이직하기로 결정했다. 혹여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 등 최악의 상황을 위한 대비를 마친 후에 최종 결정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꽤나 싫어하는 내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직 여부를 고민했다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대사관 근무를 하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꽤 오래전부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나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캐나다 현지 직장으로 이직을 계획했었다.
퇴사 통보를 한 후에 대사관 직원들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순환근무 종료로 대사관을 떠난, 내가 특히 존경하던 상사 두 분께는 따로 연락을 드렸었는데 그분들도 많은 축하와 응원을 보내셨다. 퇴사하게 되면 마냥 시원할 줄 알았지만, 사회생활을 했던 곳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어서 그랬는지 막상 퇴사를 하게 되니 축하를 받을수록 시원섭섭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많이 들떠있던 시간이었다.
아직 새 직장에서 필요한 보안등급 인터뷰 등 진행해야 하는 서류 작업이 남아있었지만 차근차근 퇴사준비를 했다. 처음 대사관 근무를 시작했을 때 내 업무에 필요한 매뉴얼이 없어서 고충이 많았던 기억이 있어, 내 후임자는 그런 고충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간단하게나마 업무 매뉴얼도 작성하고 내 짐들도 조금씩 정리하면서 마음도 같이 조금씩 정리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근무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날의 기억이 지금은 흐릿하지만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다녔던 기억은 선명하다. 오타와를 떠나는 게 아니라 외교직원을 제외한 동료들은 종종 마주칠 기회가 있을 것이기에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퇴근 전에 모든 직원이 한 마디씩 적은 축하 카드를 받고 드디어 대사관에서의 시원섭섭한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