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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스민 Apr 24. 2024

제가 나쁜 건가요?

치즈 퇴근시간

얼마 전 그런 인터넷 기사 제목을 봤다.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헤어졌다 말하며 친구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든 사람'

그러면 안 되는 것인가. 아니 그게 왜 친구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었다는 것인가.

그럼 무슨 일이 있어도 입 꾹 닫고 친구들에게 힘들고 감정소모적인 일은 말 안 해야 하는 걸까.


누구나 감정소모적인 이야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라면 어떤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혼한 이야기, 직장을 큰 사건으로 인해 그만둔 이야기, 아이가 아팠던 이야기 등 누군가의 아픔이나 힘듬은 이야기하고 위로받을수록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 그만큼 불안도 줄어든다. 그런 이야기를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면 누구와 할 수 있을까.


나의 아픔을 품어줄 수 없다면 친구가 아니다. 하지만 요즘엔 상대방에게 자신의 불안과 힘듦을 자주 말하는 건 소위 민폐인듯하다.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라 나도 힘들다는 것.

물론 그렇겠지만 받아줄 수 없는 정도이거나 그 정도까지 친한 게 아니라면 친구를 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 나도 나름 작고 큰 일들이 반복되며 주위에 불안과 힘겨움을 자주 토로했었다. 많은 친구들이 지겨워하고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점점 입을 다물게 되었더니 할 말이 없어졌다.


이번 나의 생일에 남편이 꽃이나 케이크, 선물 같은 것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고 지난 결혼기념일에 이어 단 한 번도 제대로 기념일이나 생일을 챙겨준 적 없는 그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났다. 부랴부랴 생일 축하날이 지나서 친정으로 보낸 꽃다발이 나를 더 화나게 만들 지경이었다. (우린 주말부부 중이다.) 물론 그게 남편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그랬던 걸 알지만 상처받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사연을 친구들에게 상세하게 말하지 못했다. 진짜 가깝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만 살짝 털어놓았을 뿐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는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으니.


하지만 이게 너무 서글픈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 안의 동심도 인내심도 바닥나고 모두 스스로의 삶에 허덕인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좋은 것만 보면서 힐링하고 싶은 개인주의적인 마음이 드는 거니까. 하지만 사람의 삶이 그렇게 건조해서야 좋으랴. 우리의 20대 초반에만 해도 니일이 내일이고 내일이 니일인 의리 빼면 시체,  친구의 아픔에 함께 울고 꼭 붙어 다니던 그런 인간적인 마음이 이젠 없다는 게 슬프고 그때가 그립다.


치즈라는 뮤지션의 노래 중 퇴근시간이라는 곡이 있다.

그 가사 중 이런 가사가 있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해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무슨 좋은 일 있니

좋았던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죠

근데 왜 안 좋은 일은 안 묻나요



20대 후반부터 사람들은 그렇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든 좋아 보이든 몸이 안 좋아? 힘들어? 괜찮아?라고 묻지 않는다. 타인의 힘듦을 들어줄 여유가 없어서. 이해는 충분히 한다. 그래도 지겹고 지치는 일이어도 들어주면 언젠가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 들어줄 것이다. 그게 삶을 지탱하게 해 줄 구원의 손길이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는 치즈의 퇴근시간 가사를 적어본다. 노래도 좋으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CHEEZE / 치즈 - 1.5집 Plain 05. 퇴근시간 (Official Music) (youtube.com)


퇴근시간

                                                            치즈

나는 매일 똑같은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나는 매일 똑같은 얘길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오늘이 특별한 날일 수도 있는데
나는 왜 또 이리 외로운지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해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무슨 좋은 일 있니
좋았던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죠
근데 왜 안 좋은 일은 안 묻나요
그대가 아는 것만큼 난 좋은 애가 아니에요
나쁜 생각도 잘하고 속으로 욕도 가끔 해요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
난 그대 우는 모습도 좋거든요
우린 완벽하지 않고
가끔 억지도 부리는 걸
때론 마음이 너무 아파
푹 주저앉고서 울곤 해
지금이 그렇다면
내게 모두 말해주세요
그대를 내 어깨에 기대
찬 바람에 얘길 떠나 보내요
그대를 만난 날만큼 난 밝은 애가 아니에요
나쁜 생각도 잘하고 속으로 가끔 울곤 해요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
난 그대 모든 모습이 좋거든요
우린 완벽하지 않고
가끔 억지도 부리는 걸
때론 마음이 너무 아파
푹 주저앉고서 울곤 해
지금이 그렇다면
내게 모두 말해주세요
그대를 내 어깨에 기대
찬 바람에 얘길 떠나 보내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젠 기억조차 안 나는
이 무거운 새벽공기에
쌀쌀해진 난 슬퍼져
하염없이 말 없는
전화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먼저 다가가기엔
내 맘이 어려워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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