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나는 기분이 왜 나빴는가 그리고 그 분은 왜 기분이 나쁘셨나.
3월부터 동네 중학교에서 시간강사 일을 하고 있다. 친정과 내 대학원과 위치가 가까워 한 학기 동안 벌어먹고 살기에 그만인 것 같아 감사히 그 자리에 지원하고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4월 초 나는 그 학교 배움터 지키미님과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이유는 내가 보통은 걸어서 출근을 하는데 한 두세 번 정도 몸이 좋지 않아 2교시쯤 아버지가 교문 앞에 나를 내려주고 가신 일에서 시작되었다.
학교 안은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학교 안으로는 절대 진입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나를 교문 바로 앞에서 3초 안에 내려주고 바로 가셨다. 도로가라 다른 곳에 차를 세우기도 애매해서 교문 앞에 나를 내려두고 가시면 나는 바로 학교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때마다 지킴이님이 나오셔서 차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느니, 차바퀴가 학교 쪽을 향해 있었다느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럴 리가 있나, 학교 안에 주차할 공간도 없는데 어떻게 학교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겠느냐, 그리고 차가 가는 걸 보지 않았느냐 하는데도 매우 기분 나쁜 태도로 말씀하시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 왜 왔느냐 학생이냐 선생이냐 하고 묻는데, 그것도 이미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질문하시니 뭔가 일부러 물어보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 째인가 세 번째엔 차가 갔는데도 나오셔서 이러는 의중을 모르겠다는 의미로 나도 조금 차갑게 왜 자꾸 여기 학생인지, 교사인지 물어보시냐고 되물었다. 진짜 학생이면 뭔가가 달라지는 걸까. 그랬더니 내가 물어보는데 뭐가 잘못됐냐며 흥분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 왜 내가 못 물어볼 거 물어봤습니까." 하며 자꾸 화를 내셨다.
결국 다른 지킴이님이 그분을 말리고 나는 수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학교로 들어갔다. 뭐랄까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싶었다. 진짜 외부 침입자를 가려내기 위함이었다면 그렇게 화를 낼 일이었을까. 뭔가 갑질이나 심심해서 말을 걸었다 정곡을 찔리신 건가. 하는 생각에 옆에 선생님께 물었더니 원래 교문 앞에는 잠깐 정차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규칙을 들었다. 그럼 처음부터 교문 앞에 세우지 말라고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게다가 얼마 전 학교에 침입자도 있었다는데.. 그럼 평소에 좀 잘 살펴보시지. 내가 한 달 내도록 오며 갈 때 인사해도 한 번을 안 쳐다보시더니.
그런데 그분이 교무실까지 오셔서 옆자리 행정사샘한테 9시 이후 출입하는 강사 명단 좀 달랜다. 나를 못 보고 지나치셨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바로 적어드릴게요."하고 포스트잇에 적어드리니 됐다며 이름 알았으니 됐고 내가 못 물어볼 거 물어봤냐고 또 화를 내시는 것이었다. 내 이름이 알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교무실까지 와서 내게 이러는 것을 보니 그 의중이 의심스러워졌다. 하지만 나이도 많으시고 나는 괜찮아졌는데 혼자 계속 나를 노려 보시는 게 마음에 걸려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내가 사과하러 가서도 계속 내게 화를 내시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도 기분이 나쁜 것을 참고 사과를 하고 있는데.
어쨌든 내가 사과한 것으로 일은 끝났지만 학교에 출퇴근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아 왜 이렇게 서로가 기분이 안좋아야 하는건지 스스로 생각해 볼 겸, 전해드릴 일은 없지만 홀로 편지를 써보았다.
4월 2일 00여중 배움터지키미님과의 일화(나는 기분이 왜 나빴는가 그리고 그 분은 왜 기분이 나쁘셨나.)
일단 제가 학교 정문에 잠깐이라도 주차해선 안된다는 것을 몰랐고 차라리 그것을 알려주셨으면 기분이 안나빴을텐데 차내려주고 가는걸 보면서도 굳이 차가 학교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면서 면박을 주시는 듯한 말투에 살짝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그래서 정문에 잠깐 주차도 안된다고 설명해주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기분이 안좋으신 상태로 제게 여기 선생이냐 학생이냐 물어보셨는데 이는 물어본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불친절하고 예민한 태도로 물어보셔서 기분이 조금 상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여기 선생이냐 물어보셔서 강사로 왔다고 말씀드렸는데 여러 번 물어보셔서 일부러 물어보시는가 아니면 학생이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어 그냥 학교로 들어가려다 발길을 돌려 왜 그런 것 을 물어보시는지 여쭤봤습니다.
물론 먼저 온 질문이 그리 유쾌한 태도가 아니다 보니 저도 몸 상태도 안 좋고 기분도 유쾌하지 않아 차갑게 여쭤봤습니다. 그에 대해 기분이 안 좋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입장에선 지난 한 달간 여러 번 학교를 들락날락하며 여러 번 인사를 드려도 무언가 일을 하시거나 다른 분과 이야기하시며 제가 오는지도 모르고 계셔서 그리 엄격하게 외부인 차단을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던지라, 뭔가 제게 불만이 있으시거나 학생들이라면 할 말이 있으신 줄 알고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 왜 학생인지 일하러 온 사람인지 물어보시는가 여쭈어 본 것입니다.
또 교사나 강사가 학교에 출입할 때 지키미 선생님들께 보고나 등록 절차를 거쳐 출근을 하는 것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제게 기분 좋게 여기 일하러 왔느냐 하셨다면 저도 기분 좋게 여쭈어봤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그런걸 물어보시냐 질문했을 때 성질을 내시면서 내가 못 물어보냐, 내가 그런것도 못 물어보냐, 왜 물어보면 안되냐만 말씀하셔서 저는 궁금한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 정당하고 업무적인 부분으로 제게 학생인지 교사인지 물어보셨다면 제 질문에 외부인을 차단하고 학교 관계자의 출입을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하셨다면 저는 정말 납득하고 기분도 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성을 내시며 내가 못물어보냐, 내가 왜 못물어보냐고 말씀하시니 제가 묻지말라 한 것도 아닌데 좀 억울하기도 하고 정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약을 올리려 하시거나 무료하여 그냥 말을 걸어보시려 한 것인지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에 대해 제가 정곡을 찌른 것인가 하는 오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교무실에 오셔서 제 옆자리의 행정사 선생님에게 이야기 하실 땐 무척이나 부드럽고 온화하셨는데 저에게 말씀하실 땐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서 조금 서운하기도 했으나 행정사 선생님 성함을 성을 떼고 '00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매우 친밀한 관계라 그렇구나 하고 이해했습니다. 아직 안면도 잘 모르는 제게 친절하실 필요가 없으신 게 당연하니 제게 차갑게 대했다하셔도 이해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지키미 선생님을 잘 모르니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점 이해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9시 이후 출근하는 강사 명단을 행정사 선생님께 달라고 하셨을 때, 제가 바로 옆에서 듣고 제 이름과 번호를 적어드리려고 하자 종이로 적어 줄 필요 없다고 하신 점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이름 알았으니 필요 없다 하시며 선생인지 학생인지 물어보면 안되냐고 또 성을 내시니 출입자 확인을 위해 제 이름이 필요했던 것인지 제게 감정이 있으셔서 이름을 알아두려 하신 것인지 의도가 가늠이 되지 않고 교무실까지 와서 행정사 선생님에게 강사 선생님 명단을 요구한 것의 의도가 조금 의심스러워졌습니다.
저는 정말 외부인을 차단하고 확실하게 강사 선생님들의 출입을 관리하려고 그런 것인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퇴근할 때 쯤 지키미 선생님들께서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시리란 생각이 들어 제 기분을 묻어두고 그래도 사과하려 했는데 관리실에 앉으신 체로 저를 너무 노려보셔서 사과를 해야 하나 잠깐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화가 나신 모습에 앞으로 3,4개월 뿐이지만 오며 가며 저만 보면 기분 나빠하실 것 같아 사과를 드리려 들어가니 왜 왔냐고 성을 또 내시는 것에도 불구하고 제가 왜 교사인지 아닌지 물어보셨는가에 대해 되물어 보았는지 설명드리고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하다가 하려했는데 들으실 마음이 없으신 듯 해보였습니다.
계속 그때 제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다는 말만하시고 자신의 나이와 저만한 딸이 있다는 말씀과 특히 '내가 00이(행정사 선생님 성함) 한테 물어본 이유는 선생님 이름을 알고 다시는 실수 안하려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진심이라기 보단 오기와 분노가 느껴져 더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하고 제가 오늘 몸이 안좋아서 더 차갑게 말한 것처럼 느껴지셨을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화가 안풀려하셔서 제가 그래도 마저 설명드리고 죄송하다하니 그제서야 화가 풀리는 것을 보고 제가 70대 중반의 어른을 더 대접해드리길 바라셨던 것이 아닌가 하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오며가며 인사만 잘해도 되는 것이다 생각했는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에겐 좀 더 극진한 대접을 해드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교사생활을 하며 한 번도 배움터 지키미 선생님, 청소해주시는 여사님 기분을 상하게 해드린 적 없고 맨날 커피 태워드리고 말동무해드렸던 사람인데 이런 오해를 사니 저도 오늘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다음부턴 더 다정하고 극진하게 행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