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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스민 Apr 01. 2024

운동을 하고 싶은데 무서울 때

필라테스 선생님의 도움

운동을 막 잘하거나 자주 하진 않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이 딱히 없었다. 특히 걷기가 주된 운동이라면 운동이었는데 근력이 너무 부족한 게 느껴져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었다. 그런 생각만 하던 것이 2022년이었다. 그러다 같은 학교에 근무한 지리샘이 함께 듀엣으로 필라테스를 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필라테스는 신세계였다. 온몸이 후들거리는 게 너무 힘들고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내겐 기본 중의 기본인 동작도 하고 나면 며칠을 몸살로 앓아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함께 운동하는 샘이 잘하니 나에게 이목이 덜 쏠려 조금이라도 요령을 부리며 몸을 사릴 수 있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하는 사람을 배려해 정신력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10회기가 끝나고 듀엣으로 운동을 하자 제안해 준 샘이 임신을 함과 동시에 나는 필라테스마저 안 하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난 후 결혼을 하면서 체력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특히 결혼을 한 뒤 공황장애가 심해져 무조건 운동을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레슨을 받을 요량으로 다시 그 필라테스 학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당시 날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떠나버리셨고 협착증, 측만증, 디스크를 골고루 다 갖고 있던 나는 물리치료사 출신의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무리해도 허리가 뒤틀려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것이 운동을 하기 전 두려움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게다가 남자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건 싫다는 남편의 어이없는 질투에(본인은 여자 테니스 선생님의 지도 아래에서 1년 가까이 개인수업을 받은 주제에) 여자 선생님을 찾아달라 부탁을 한 것이다.


나의 무리한 부탁에도 원장님은 나의 조건에 맞는 선생님을 찾아주셨다. 하지만 10회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나는 취업이 되어버렸고 레슨 시간과 수업 시간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5회기 수업료를 또 환불까지 해주셨다. 정말 송구스럽고 고마운 상황이었다.


일이 안정되면 반드시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머지않아 다시 원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이번에도 개인레슨을 해주시던 선생님이 그만두셔서 안 계신다기에 새로운 선생님을 연결해 달라 부탁드렸다. 그렇게 연이 닿은 분이 지금의 필라테스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이셨고 정말 차분하고 강단 있는 분이시다. 운동을 하기 전 나는 자주 공황장애로 몸 컨디션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운동을 하다 어떻게 될까 봐 못하겠다고 징징거린다. 


그러면 차분하고 단호하게 절대 이렇게 운동해선 죽지 않는다고 말해주신다. 기절하면 본인이 병원에 바로 데려갈 테니 걱정 말라고. 그럼 그 말에 겁은 계속 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그래 조금이라도 해보자.'는 용기를 내 또 한 시간 가까이 운동을 하게 된다. 정말 신기하게도 올 땐 저혈압으로 죽을 것처럼 왔는데 하고 나선 정상적인 상태가 되어 웃으며 집에 간다.


그뿐만 아니라 인생의 조언, 공황장애 관련 서적 추천, 명상 추천 등 다양하게 내 정신건강까지 챙겨주신다. 명상은 매일 했는지, 걷기는 매일 했는지, 공황장애를 이겨내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죽지 않는다.'며 말해주셔서 혼자서 이 괴로움을 견디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의 고통을 해결해 주려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솔직히 수업시간에 딱 운동만 가르쳐 주고 나 몰라라 하는 게 더 편할 것이다. 내 가족이나 친구도 아닌데 그렇게 신경 써줄 필요가 있으려나.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주는 타인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떤 사이로 만났던 진정성 있게 다가오고 다가간다면 소중한 사람이 되어 큰 힘을 주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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