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ion is not the filling of a pail, but the lighting of a fire _ William Butler Yeats
1박 2일 동안 이우학교 1학년 신입생 학부모들을 위한 도우미 봉사를 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새로 오신 김지용 교장선생님께서 강의를 해주셨다. 그분 겉모습은 스티브잡스와 여느 노조위원장, 그 중간쯤을 연상시켰는데, 강의 또한 그만큼이나 인상 깊었다. 그때 접한 문구, <Education is not the filling of a pail, but the lighting of a fire _ William Butler Yeats>. 교육이란 양동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활활 타오르도록 불을 지펴주는 것.
불을 지펴주는 것에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독서'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독서가 교육에 불을 지펴주었던 나의 경험을 얘기해 보고 싶다.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교대 4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노량진 학원에 다니지 않는 대신, 매일 저녁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자취방에서 학교도서관까지는 걸어서 2km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떤 날들은 가기가 쉽지 않았다. 저녁을 많이 먹어 몹시 졸린 날, 비가 와서 멜랑꼴리해지는 날, 임용고시 날짜가 갑자기 가깝게 느껴져 두려움이 앞선 날 등등. 가지 않는 날들이 점점 생겨나다가 어느 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임용고시 문제집을 보기 전에 무조건 '책'을 읽자고. 그 무렵 MBC 100분 토론 진행자로 세간에 떠오르고 있던 유시민 책들을 여러 권 샀고, 한 권씩 한 권씩 읽게 되었다. 공부 시작 전 30~40분 정도 읽었던 것 같다. 그때 나에게 독서는 준비운동이었다. 마음이 안정되고 뇌가 스트레칭을 마친 상태. 그 후로는 공부가 정말 하기 싫은 날에도 도서관으로 가는 발걸음을 무겁게나마 뗄 수 있었다. 가서 문제집은 펴지 못하더라도 대신 책이라도 읽고 오자고... 카페 스탬프 채우듯이, 그렇게 마음의 도서관 스탬프를 채워갔다.
내 아이들은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다. 이 아이들 마음에도 불을 지펴주고 싶어, 이번 겨울 방학 동안 함께 읽을 책 세 권을 골랐다. 어젯밤 두 번째 책인 펄벅의 <대지>를 끝마쳤다. 펄벅의 <대지>는 내가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읽은 고전문학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전문학으로는 처음 읽게 되는 책이다. 모두 33장으로 이루어진 500쪽 분량의 책. 하루에 3장씩 강독하니 10일 넘게 걸렸다. 한 장씩 (10~20쪽)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었는데, 항상 부모인 나부터 읽었다. 내용이 너무 긴 어떤 장은 묵독을 하기도 했다. 감동이 있는 부분을 읽고 나서는 짤막한 감상 글도 함께 썼다.
"다음 책은 나 혼자 읽고 싶어. 이렇게 책을 들고 다녀야지. 어때? 멋있어 보여?"
아들이 두께만큼이나 어렵게 보이는 표지를 밖으로 향하게 하여 책을 옆으로 끼며 걸어 다니는 시늉을 했다. 첫 고전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는지 만족스러운 말투가 묻어났다. 다음에 함께 읽을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다소 어려운 과학 도서이고 분량은 700쪽이다. 다 읽을 수 있을까? 겨울방학이 보름 밖에 남지 않았다. 다 읽지 못하게 된다면, 쉬었다가 여름방학에라도 이어서 읽으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