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펼쳐진 많은 것들이 이 책 한 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일 년 전쯤 푸른숲이 파란하늘공동육아 단톡방에 '교육농(교육농협동조합, 교육공동체벗)' 책 한 권을 소개했다. 아시는 분들이 함께 만든 책인데, 소중한 기록들이 담긴 책이라는...
푸른숲은 '내가 필요한 것들'을 '내가 필요한 시점'에 이렇게 '내 앞에' 성큼 던져 준다. 'OECD 교육 2030의 미래 교육과 변혁적 역량' 개념이 그랬고,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를 옮겨 쓴 교육자 함영기님 소개가 그랬다.
푸른숲이 권한 책이라 믿고 구입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나는 교직인생 첫 부장직을 수행하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이 책 '교육농'은 일 년 넘게 거실 책꽂이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2월 그 일이 없었다면, 더 잠을 잤을지도 모른다.
1년 부장직을 마칠 때쯤, 주위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학교에 교육과정부장직을 할 교사가 없으니 내가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다.
'부장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지만, 교육과정 부장이라면...'
남편이 가사 분담을 더 해주겠다는 동의를 얻은 후, 호기롭게 교육과정 부장직에 도전장을 냈다.
겨울방학 중에 있었던 서울시교육청 주최 '교육과정 부장 연수'까지 들었다. 학교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교육청에 직접 전화를 해 ZOOM 회의 ID를 알아냈다. 호기에서 시작한 내 마음은 이렇게 진심이 되었다. 그랬는데...
지난 2월 교장실에 불러가 교육과정 부장직을 내게 줄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들었다. 그날은 마음 깊이 분노가 치솟았다. 둘째 날에는 서글퍼졌다. 교육과정 부장직에 까여 이렇게 속상한데, 김*미 선생님은 그때 어땠을까? 3년 전 우리 학교 거목이시던 김*미 선생님도 교육과정 부장직을 희망하셨는데, 받지 못하셨고, 결국 명예퇴직을 하셨다. 그리고 셋째 날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중간쯤 읽게 되었을 때, 나도 이들처럼 저질러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올해는 농사다! 농사를 배우는 한 해.'
그러나 혼자는 힘들 것 같아, 같은 학년이 된 친구 김*진에게 학교 텃밭을 함께 맡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학년부장 강쌤이 쌍수 들어 환영했다.
"몰랐어? 나 잠실 학교 텃밭에서 농사지었던 거? 나 농사짓는 거 엄청 좋아해. 둘만 하지 말고, 우리 6학년 전체가 함께 하자."
그렇게 학교 텃밭 교육은 6학년 전체 생태 교육이 되었다.
모든 게 이 책 한 권 '교육농'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