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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삶의 북극성과 로드맵을 세우는 법

by 느낀표

목적과 목표는 다르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익숙하게 대답할 수 있어요. 승진, 이직, 결혼, 마라톤 완주.

목표는 늘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니까요. 달성 여부도 비교적 분명하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순간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건 숫자로 셀 수 없고, 일정으로 관리할 수도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 둘을 헷갈립니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그게 어떤 목적에서 출발했는지는 잘 모르는 상태로.

즉 왜 하는지 모르는 거죠.


이 글은 그 혼동을 풀기 위한 글입니다. 목표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나는 왜 이걸 하려는가?”를 중심에 놓고, 그다음에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목적(Motive)과 목표(Direction),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우리는 스스로도 ‘납득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어요.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Motive란

이전 글에서 Own-being(오운빙)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는데요.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게 Motive입니다.

Own-being(오운빙) 프레임워크

Motive는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예요.

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가치를 세상에 주고 싶은지에 대한 답.

쉽게 말해, ‘왜’라는 질문 끝에 도달하게 되는 말이에요.


우리는 종종 목표를 먼저 세우지만, 목적이 없는 목표는 방향을 잃기 쉽고, 결국 지치거나 흔들리게 돼요.

Motive는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된 이유이자 동기입니다.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게 아니라, 모든 선택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가장 본질적인 나침반이에요.


Direction이란

Direction은 Motive를 실현하기 위한 설계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작업이죠.

Motive가 나침반이라면, Direction은 로드맵이에요. Direction이 있어야 나는 그 목적을 향해 '걸을 수' 있게 돼요.

Direction은 하나의 ‘장기 목표’이지만, 그 안에는 짧은 프로젝트나 행동이 포함될 수도 있어요.



우리 주변의 Motive와 Direction

실제로 현실에서 이런 Motive와 Direction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볼게요.


케네디의 우주 개발 선언

"we choose to go to the moon" 이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케네디의 연설

1960년대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 경쟁 속에서 기술, 특히 우주 분야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정부는 달에 우주선을 보내기 위한 전략, 과학 기술에 대한 투자 정책 등을 발표했죠. 하지만 모든 전략의 밑바탕에 있던 Motive는 단순 명료했어요.

“자유주의 체제의 우월함을 전 세계에 증명하고, 냉전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는 것.”

달에 가는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상징적 수단이었습니다.


이런 동기를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무사히 귀환시킨다”는 목표(Direction)를 세웠습니다. 자유 진영의 과학기술 우위와 체제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전략이었죠. 이 선언은 미국 국민에게 강력한 방향성을 제시했고, 실제로 NASA와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동기는 추상적이죠. 이런 목표는 머릿속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그만큼 힘이 있죠.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

명확한 Motive와 강력한 Direction으로 세상을 움직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미국의 목사이자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그가 꿈꿨던 건 단지 흑인의 인종차별을 없애는 것뿐만이 아니었어요. 그의 연설과 활동에는 더 깊은 Motive가 있었죠.
“모든 인간이 피부색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였지만, 그건 하나의 과정일 뿐, 그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과 평등한 삶의 구조를 꿈꾸었습니다. 분명한 삶의 동기가 있었죠.


마틴 루터 킹의 목표(Direction)는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입니다.

흑인의 투표권 확보를 위한 법률 제정

워싱턴 대행진 등 전국 규모의 평화 시위 조직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시민권 운동 확산

이 각각은 '인간 평등'이라는 그의 Motive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였습니다.



파타고니아

개인이 아닌 기업에도 이런 분명한 Motive를 가진 곳들이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이지만, 그 정체성은 개별 제품보다 훨씬 큽니다. 그 철학은 모든 사업 결정의 근간이 되죠.
파타고니아의 Motive는 명확합니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는 것(To save our home planet).”
단지 친환경 소재를 쓰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 활동 전체를 환경 보호라는 본질적 이유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깊은 목적의식이 느껴집니다.


이 Motive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Direction으로 나타납니다.

생산 공정에서의 탄소 감축 및 친환경 소재 도입

제품 수선 서비스 확대와 ‘Worn Wear’ 캠페인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교육 콘텐츠 제공

모두 ‘지구를 되살린다’는 Motive와 연결된 일관된 비즈니스 목표입니다.



나의 Motive

저는 타인의 문제를 듣고, 그 속에서 구조를 찾아내고, 함께 해결의 방향을 잡는 일에 큰 보람을 느껴요. 어릴 적부터 “왜 그랬을까?”, “그럼 어떻게 해볼 수 있지?”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고, 주변 친구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정리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했어요.


이런 성향은 결국 저를 컨설턴트라는 직업으로 이끌었고, 지금은 개인을 비롯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몰입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제 Motive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기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도록 돕는 것.”

단순히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런 Motive로부터 다음과 같은 Direction을 세웠어요.

생산성과 브랜딩 분야의 전문성을 기른다.

현업에서의 커리어와 저작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증명한다.

생산성과 자신을 정의하고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

이 모든 활동은 결국, 제 Motive인 “타인의 자기 이해를 돕는 일”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입니다.



마무리하며..

Motive는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고,
Direction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설계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방향 없이 열심히만 살게 되거나,
생각은 깊지만 행동은 없는 상태에 머물 수 있어요.

진짜 나다움은, 목적과 목표가 일관되게 연결될 때 만들어져요.




Motive와 Direction을 세우기 위해

끝으로 Motive와 Direction을 세우는 프레임워크를 소개할게요.

명심할 것은, Motive와 Direction은 바뀔 수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완벽한 방향성을 설정하려고 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나를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MOTIVE 설정 프레임워크 – "나는 왜 이 일을 하려는가?"

(1) 기억 탐색: 의미 있었던 순간 되짚기

* 언제 가장 몰입했는가?

*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나다'라는 감각을 느꼈는가?

*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아 있는 순간은?

*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탁하는 일은 무엇인가?

TIP: 경험을 이야기처럼 써보세요. 당시 감정, 환경, 내 역할 등 구체적으로 떠올릴수록 본질이 보입니다.


(2) 감정 분석: 즐거움, 분노, 책임감의 뿌리 살피기

* 어떤 주제에 분노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 누군가를 돕거나 설명할 때 어떤 기쁨을 느끼는가?

Motive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3) 언어화: 목적 선언문 만들기

* 위의 질문을 바탕으로 다음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나는 사람들이 ________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는 ________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DIRECTION 설정 프레임워크 –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1) 장기 비전 설정 (5~10년)

* 지금의 Motive가 실현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 나의 활동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을까?

TIP: 너무 구체적인 직함이나 연봉보다, 어떤 ‘상태’에 있을지를 상상해 보세요.


(2) 연결 고리 만들기: 현재와 비전 사이의 다리 놓기

*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어떤 것이 나의 목적과 이어져 있는가?

*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자원(지식, 사람, 환경)은?


(3) 방향 선언문 작성하기

* 다음 문장을 작성해 보세요.

"나는 앞으로 5년간, ________를 통해 내 목적을 구체화할 것이다." "내가 지금 선택한 일들은, ________한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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