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being, Code 세우기
여러분은 집을 구할 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나요?
저는 회사와의 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지하철과의 거리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화장실에 창문이 있는 곳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준 없이 집을 보러 다닌다면 선택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이사를 한 뒤에 후회를 하기 쉽죠.
이런 일상의 작고 큰 선택의 순간, 우리에게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전 글에서 Motive(존재 이유)와 Direction(장기 목표)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물론 이런 큰 기준이 먼저 자리 잡아야겠지만, 더 세부적인 행동강령도 필요합니다.
내 행동과 선택의 기준을 잡아야 하는 거죠.
이번에는 Identity 레이어의 세 번째 요소, Code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own-being의 Identity 레이어는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Motive, Direction, Code
Motive는 내가 살아가는, 혹은 일하는 이유이자 목적이에요.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기도 하죠.
Direction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향성이자 목표에요. 장기적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모습을 이야기해요.
그리고 Code는 이러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기준이에요.
Motive와 Direction이 '이상'이라면, Code는 그 이상을 현실에서 실천 가능하게 만드는 태도이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Code: 내가 지향하는 방향을 흔들림 없이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 설정한, 반복 가능한 삶의 태도
Motive가 있다고 해서 매일 동기부여가 되는 건 아니고, Direction이 있다고 해서 항상 방향이 선명한 것도 아니에요.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우리는 피곤해서 판단이 흐려질 때도 있고, 다른 의견에 흔들릴 때도 있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때 필요한 건 큰 담론보다 더 작고 즉각적인 기준이에요.
이직을 할 때 복지가 좋은 곳을 갈지, 성장하는 산업군의 회사로 갈지 고민할 때처럼 큰 의사결정을 앞둔 때부터 불편한 상황에서 말을 아껴야 할지 말지 고민될 때처럼 일상적이고 작은 순간 모두에요.
이런 결정의 순간에 나를 붙잡아주는 게 바로 Code예요. 결심이 아니라 태도, 목표보다 기준. 태도에 기반한 반복된 선택이 결국 나를 만들기 때문이죠.
개인의 Code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죠. 개인적으로 되새기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어도 그걸 밖에 잘 얘기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기업의 경우엔 명확해요. 존재 이유(Motive)와 지향점(Direction)을 실현하기 위해 'Core Value'라는 이름의 Code를 명문화하니까요.
이걸 참고하는 이유는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결국 그걸 구체적인 태도와 행동으로 전환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이건 우리 삶도 마찬가지니까요.
여러 기업들 중에서도 지향하는 가치가 뚜렷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들의 Code를 살펴볼게요.
넷플릭스의 Motive는 'To entertain the world(세상을 즐겁게 하기 위해)'입니다. 이걸 실현하기 위한 Direction을 거칠게 표현하면 'Becoming the best global entertainment distribution service(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공급 서비스가 된다)'가 될거예요.
그럼 넷플릭스는 이런 목적과 목표를 어떻게 태도로 변환시켰을까요?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핵심 원칙을 살펴보면 아래 네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The Dream Team: '좋은 사람'보다 '탁월한 사람'과 일한다는 기준
People Over Process: 절차보다 판단, 형식보다 신뢰
Uncomfortably Exciting: 편안함보다 긴장감을 선택하는 성장의 자세
Great and Always Better: 멈추지 않는 실험과 개선의 문화
넷플릭스는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스포츠 팀이다" 라는 말로 유명하기도 하죠.
그만큼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을 뽑을 때, 회사의 정책을 세울 때,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할 때 처럼 모든 상황에서 이 기준과 태도를 참조할 수 있어요.
에어비앤비의 Motive는 'To create a world where anyone can belong anywhere(누구나 어디에나 속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입니다. 이걸 이루기 위해 '지역 경험과 인간적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여행을 만든다'라는 Direction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목적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아래와 같은 Code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Champion the Mission: 미션을 남의 것이 아니라 내 일처럼 대한다.
Be a Host: 서비스가 아니라 '환대'를 실천한다.
Embrace the Adventure: 예측 불가능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Be a Cereal Entrepreneur: 자원이 부족해도 창의로 풀어간다.(실제로 창업 초기에 시리얼을 팔며 버틴 일화에서 따온 표현이에요)
에어비앤비의 사업 목적이 드러나면서도, 일하는 방식에 대한 에어비앤비만의 색을 이야기하고 있죠.
파타고니아는 이전 글에서도 살펴봤듯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는 것(To save our home planet).'이라는 Motive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아래와 같은 Direction을 가지고 있죠.
생산 공정에서의 탄소 감축 및 친환경 소재 도입
제품 수선 서비스 확대와 ‘Worn Wear’ 캠페인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교육 콘텐츠 제공
파타고니아도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 명확한 네 가지의 Code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Build The Best Product: 오래 쓰일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든다.
Cause No Unnecessary Harm: 꼭 필요하지 않는 해는 만들지 않는다.
Use Business To Protect Nature: 비즈니스는 수단, 목적은 자연 보호
Not Bound By Convention: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세 기업의 Code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브랜드의 철학을 살아내기 위한 태도를 명확히 해둔다.
기본적인 틀은 Motive와 Direction에 뿌리를 두죠.
2. 모든 것을 다 하려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가족다움'을 버리고 스포츠팀처럼 프로 의식을 강조하죠.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갈 수 없듯, 한 가지 태도를 과감하게 선택합니다.
3. Motive와 Direction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의 'Be a Cereal Entrepreneur', 파타고니아의 'Not Bound By Convention'처럼 목적이나 목표에 국한되지 않고 일하는 방식 자체를 말하기도 합니다.
저의 Motive는 “사람들이 자기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도록 돕는 것.”이고,
Direction은 아래와 같은데요.
- 생산성과 브랜딩 분야의 전문성을 기른다.
- 현업에서의 커리어와 저작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증명한다.
- 생산성과 자신을 정의하고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제 삶의 태도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어요.
성장: 생산성과 브랜딩 측면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죠. 그러기 위해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Motive와 Direction을 제외하고라도, 제가 삶을 살아가는 모토이기도 한데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고 더 나아지는 데서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는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사람과 할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이것은 저의 Motive나 Direction과 연결성이 떨어지는, 제 삶의 방식이자 추구하는 모습이죠. 이런 자유를 얻기 위해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려 하고, 더 생산적인 습관을 만들려고 해요. 자유는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나를 관리하는 힘'이니까요. 자유라는 Code는 제가 성장하게끔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다정함: 이건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에요. 이왕이면 먼저 친절한 인사를 건네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돕는 것. 저는 세상이 꼭 무한 경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경쟁이 필요한 상황이 있겠죠. 그땐 저도 한정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허락하는 한, 나누고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작게는 버스를 탈 때 다른 사람이 먼저 타도록 기다리는 것도 있을 거고요, 누군가 도움을 요청할 때 도움을 주는 것도 그렇죠. 저의 Motive인 '사람들을 돕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 세 가지는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저를 이끌어주는 나침반 같은 말이에요.
이직을 할 때는 성장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고, 성장을 이유로 스스로를 억압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경계하게끔 하죠.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먼저 공감하고 배려하려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Code가 있기 때문에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빠르게 판단할 수 있죠.
그럼 나만의 Code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몇 가지 실마리를 제안해볼게요.
1. 불편함에서 시작해보기
반복해서 후회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 반대편에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가 있을지도 몰라요.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고,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라는 고민에서 나만의 Code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2. 닮고 싶은 모습에서 찾아보기
닮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가요?
저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을 오랫동안 롤모델로 삼고있는데요. 하루키의 삶에는 규칙성에서 나오는 자유로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유'라는 저의 Code를 만들수 있었죠.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반복하는 말이나, 몸에 밴 태도를 곰곰이 떠올려보세요.
3. 가장 나다웠던 순간을 떠올리기
'이건 정말 나다운 순간이었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면, 그때의 태도를 문장으로 정리해보세요.
4.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정리하기
예를 들어,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고 싶다" 혹은 "두려움보다 진실을 선택하겠다" 처럼요.
혹은 단어도 좋아요. 짦고 간결한 문장이 오래갑니다.
Code는 철학서에 나올 법한 문장이 아니에요. 우리의 일상에서 작고 큰 결정을 할 때 선택을 도와주는 태도예요. Motive가 이유를 말하고, Direction이 길을 보여준다면, Code는 그 길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는 문장이에요.
그리고 그 문장은 이미 여러분 안에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