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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예측불가 output보다 input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계획 세우기 1.

by 느낀표
Happiness and freedom begin with a clear understanding of one principle: Some things are within our control, and some things are not.
행복과 자유는 이 한 가지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것은 우리의 통제 안에 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
- 에픽테토스 (Epictetus)



작심삼일의 원인

계획을 세우는 게 어렵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책을 읽겠다며 독서 노트를 사는 일은 누구나 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계획은 자주 무너져요.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결국엔 '나는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항상 계획 세울 궁리로 가득했죠.

새해 계획, 하반기 계획, 연휴 계획 등등...

하지만 이런 계획은 대부분 흐지부지 됐고,

저를 자책하게 만드는 일이 되었죠.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

문제는 나의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방식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을 목표로 세워두고

그게 좌절되면 덩달아 스스로도 좌절하고 말았던 거죠.



컨트롤 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계획

우리는 자주 결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요.

'유튜브 구독자 1천 명 달성하기'

'블로그 조회수 10만 회 넘기기'

'자격증 따기'

이런 목표는 분명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상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운도 따라야 하고, 환경도 영향을 주죠.


반면, 내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나의 행동이에요.

'일주일에 4편 콘텐츠 업로드하기'

'매일 아침 30분 글쓰기'

'하루 1시간 공부하기'

이런 건 내가 하기로 마음먹으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죠.


계획을 세울 때,

바로 이 input(행동)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해요.

그래야 내가 실패했는지 아닌지를

남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성공과 실패는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어요.


제임스 클리어의 <아토믹 해빗>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성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행동은 통제할 수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비로소 우리의 계획은 지속가능해지죠.


Rhythm과 Sprint를 계획하기

그런데 모든 계획이 똑같이 input 중심으로만 되는 건 아니에요.

이전 글에서 구체적인 행동의 종류를 Rhythm(습관)과 Sprint(단기 집중 프로젝트)로 나눴죠.

각각을 계획할 때 접근 방법이 조금 달라요.


Rhythm - 습관을 만들기 위한 계획

Rhythm은 성과를 내기 위한 게 아니에요.

삶의 습관을 만드는 것이고, 행동 자체로 나의 정체성을 살아가는 행동이죠.

결과물이 없어도 괜찮아요.


저의 Rhythm으로는 뉴스레터 쓰기와 근력운동이 있어요.


저는 2주에 한 번 저의 경험과 느낀점을 쓰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구독자를 얼마나 모아야겠다는 목표도 없어요.

단지 저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죠.

누군가 본다는 감각이 있어야 더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뉴스레터라는 형식으로 작성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감사하게도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책임감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뉴스레터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고,

유일한 목표는 2주에 한 번 발행하는 것이에요.

그 약속만큼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벌써 1년째 그렇게 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를 쓰고 발행하는 행동 자체가 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https://nukinpoint.stibee.com/


근력운동도 마찬가지예요.

몸무게나 근육량 같은 결과물에 대한 목표는 없어요.

일주일에 2~3번 헬스장에 가서 정해진 루틴의 운동을 하고 온다는 게 목표죠.


옛날에도 헬스장을 다녔던 적이 있는데요. 그땐 뚜렷한 결과물에 대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고, 달성하고 나니 더 다닐 동기부여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등록은 6개월, 실제 다닌 기간은 2개월 정도가 평균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결과가 아닌 저의 행동에 초점을 맞췄더니 감정의 동요가 없어요.

일주일에 2~3번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 그 자체가 그냥 습관이 된 거죠.

운동 가기 싫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아요. 이를테면, 운동을 하는 게 양치질 같은 게 된 거죠.

귀찮을 때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꾸준히 하는 데 큰 의지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인지, 벌써 1년째 꾸준히 헬스장을 다니고 있어요.


달리기도 마찬가지로 접근했고, 2년째 꾸준히 달리고 있죠.


결과물에 대한 목표보다 나의 행동을 목표로 세운 운동 계획.

Sprint - 성과를 만들기 위한 계획

가끔씩은 뚜렷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죠.

Sprint는 뚜렷한 output 목표를 전제로 해요.

예를 들면 '자격증 따기' 같은 것이죠.


이 목표는 컨트롤할 수 없는 output이지만,

실행하는 과정은 여전히 input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해요.


데이터분석 자격증을 딴 적이 있는데요. 1년에 시험이 몇 번 없어서 정해진 기간 내에 공부를 마치고 시험을 쳤어야 했어요.

'4개월 내에 자격증 따기'라는 output 목표를 세우고,

이걸 이루기 위한 input 계획을 세웠어요.

- 일주일에 8시간 이상 공부

- 매주 한 번 모의고사 풀고 오답 정리

- 주말마다 온라인 강의 정리하며 요약 노트 작성

처럼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input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그것을 지켜나간 거예요.

이렇게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운 덕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죠.


Rhythm은 일상의 습관과 흐름을 지키는 행동을 설계하는 것

Sprint는 output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설계하는 것

중요한 건 둘 다 input을 중심으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Output을 위한 input 계획 세우기

Sprint에서는 output을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input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리서치와 실험, 그리고 기록이에요.


자격증을 땄던 이야기를 하자면,

막연히 '열심히 하자'거나,

일단 이렇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요.

먼저 비슷한 기간 내에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의 학습 패턴을 찾아봤어요.

하루 평균 공뷰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교재를 기준으로 커리큘럼을 짰는지,

실전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풀기 시작했는지.


물론 이런 리서치에는 한계가 있고, 나한테 맞는 방법인지 알기도 어렵죠.

그래서 이런 리서치를 기반으로 실험하고 기록해야 해요.


아침 공부와 저녁 공부 중 어떤 시간대가 더 효율적인지

인강이 나에게 맞는지 등이요.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런 실험과 기록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나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다음번에 비슷한 일을 할 때 더 효과적으로 output을 달성할 수 있는 input을 세울 수 있게 되죠.


이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사회 초년생 시기에 어떤 업무가 주어지면, 그 업무를 하는 데 몇 시간이 드는지 기록을 했어요.

물론 정확하게 잴 수는 없어도 대략적으로 이 일을 하는 데 총 쏟아부은 시간을 기록하다 보니 나중에는 어떤 업무를 받으면 얼마나 걸릴지 감을 쉽게 잡을 수 있었죠.


이렇게 당연한 말 같지만, 리서치를 하고, 실험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쌓이면 내가 하는 행동, 즉 input을 더 효과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돼요.


기록을 통해 나를 이해하면 결국은 output을 만드는 데 필요한 input의 양을 파악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계획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행동에서 시작된다


어떤 결과를 만들겠다는 다짐에서부터 계획을 짜기 쉬워요.

하지만 진짜 지속 가능한 계획은 '이룰 것'보다 '할 것'을 중심으로 짜야해요.


성과는 따라오는 것이지 쫓아가는 게 아니죠.

매일같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하고,

그 행동을 쌓아갈 때 결과는 어느 순간 도착해 있을 거예요.


계획을 세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행동인가?"


모든 계획은 input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Rhythm이든, Sprint든.


그리고 이 하나의 질문으로 계획은 더 견고해질 수 있어요.

"나는 지금 결과를 계획하고 있는가?

아니면 행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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