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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봉 Feb 21. 2021

사랑가득한 토스트 하나

7살 아들의 야무진 요리실력

아들이 식빵에 버터를 발라주니 식빵을 굽고 계란을 풀어 프라이 한 후 완성된 토스트를 먹어보라며 나에게 주었다.


아직 7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소금과 설탕을 막 들이부어 커피도 타 주고 소금을 찍어먹어도 보고 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듯하다.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고소한 버터향과 달콤하게 설탕이 베어든 계란 프라이의 풍미가 입맛을 자극하고 돋운다.


나는 토스트가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자 아들은 한껏 마음이 부풀어 자기건 다시 한다며 엄마가 맛있는 토스트를 먹으라 한다. 감동의 토스트를 먹으며 제일 맛있는 안쪽 부분을 와서 한입만 먹어보라고 했다. 엄마 다 먹으라며 한사코 거절하던 아들이 내 옆으로 와서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문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맛이 있던지 아들의 표정이 말해준다. 마지막 한입을 남겨놓고 한입 먹으라고 하자, 아들이 참 좋아한다.


어릴 적 부엌에 들어가 무엇인가 사부작 거리며 엄마처럼 칼질도 해보고 무언가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새엄마는 가스레인지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위험하다는 이유였지만, 사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들이 주방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렇게 자라 온 내가 아이들에게 내 자리를 내어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음식을 만들 때마다 주방 근처를 서성이는 아이들에게 위험하다 잔소리를 내뱉었다. 뜨거운 냄비가 있고, 가스레인지 불이 켜져 있는 그곳은 내 불안을 더 가중시켰다. 불안할 때마다 아들은 더 집착하는 듯했다. 왜 안되냐며 되받아치는가 하면 엄마가 뚝딱뚝딱 만드는 요리들이 아들 눈에는 신세계였는지 내가 쳐 놓은 경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밤마다 요리가 하고 싶은 아들. 저녁식사가 끝나고 나면 자연스레 나도 쉬고 싶은 마음이 요동을 친다. 주방을 일찍 마무리하고 내가 하고픈 일에 집중하고 싶지만 아들은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뭐라도 만들자며 매일 한 가지씩 내뱉고 보는 아들이다. 그런 아들에게 토스트를 만들라고 허용을 했던 건 '같이 해줄 순 없어, 네가 할 수 있으면 혼자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라는 생각에서였고, 괜히 주방에 들어서면 참견하고 싶고, 잔소리 폭탄을 쏟아부을 것만 같아 식빵만 내어주고 해 보라고 했을 뿐이다. 가스불이 너무나 켜보고 싶은 아들에게 엄마 있을 때만 가스불을 켜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뚝딱뚝딱 놀 이하 듯 즐기며 토스트를 완성해 내는 아들.


주방에서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내 옆에서 일을 내는 아들이 무언가 바쁘게 저녁을 준비하거나 하면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엄마 일 좀 하자며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좋아하는 일에는 굴하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기도 하고 아들이 새삼 많이 컸구나 느껴지기도 한다.


 화가 날 때나 짜증이 올라올 때가 많지만 그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 아들에게 고백을 받았다. 아들은 나를 꼭 안으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라고 한다. 늘 조건을 내걸거나 통제하려 하지만 그래도 아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참 사랑해준다. 그 마음이 오늘따라 더 크게 와 닿았다. 아들은 마치 "완벽하지 않아도 돼~화나고 짜증 내도 괜찮아. 그 감정 모두 옳은 거야~ 그래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엄마가 제일 좋아"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존재 자체로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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