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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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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선 Nov 15. 2022

독립 일기를 쓰기로 한 이유

독립의 장점을 더 잘 누리기 위하여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생각보다 집에 있을 시간이 얼마 없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정신은 채 다 깨지도 못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해가 넘어가는 저녁이 되어야 퇴근을 하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 삶. 나는 기껏 독립을 결심하고 난생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로망을 실현하기는커녕 집안일을 밀리기나 한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곱게 자란 덕에,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뺀질이라서 가족들과 살 때에는 집안일 그 어느 것도 담당한 것이 없다. 나는 그래서 알아서 집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물때가 그렇게 빠르게 생기는 것도 자취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가족들과 살 때에는 생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지하고 있어서 내가 혼자서 얼마나 생활을 잘 해낼 수 있는가 궁금했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어른이 되는 것 같아 하루빨리 독립을 하고 싶었다. 이런 들뜬 기대감을 가진 덕에 자취 시작 후 한 달간은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 밥을 해 먹고, 빨래를 하고, 집을 꾸몄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는 너무 빠르게 적응한 덕에 바쁘단 핑계를 대며 빨래를 미루고 있었다. 그리고 신을 양말이 똑떨어졌다. 물론 야근이 너무 잦은 시기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빨래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밤늦게 세탁기를 돌리지 못한다면 코인세탁방에 가서 건조기까지 돌려 뽀송하게. 그것마저 미뤄버린 나는 양말이 없어 새 페이크 삭스를 뜯어 신어야 했다. 쌀쌀한 가을날, 훤히 드러나는 발등이 시렸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 독립을 택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그게 잘 안 되는 듯하다. 그래서 혼자 다이어리에 슥슥 글을 썼다. 올해 연말은 집순이로 보내보자고. 작년에는 밖으로 돌아다녀 일주일에 서너 번 약속을 잡아 나갔는데, 이번에도 그런다면 양말은커녕 속옷과 수건도 없을 판이었다. 왜냐면 지금은 집이 알아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집순이로 살면서, 독립의 장점을 최대한 누려보겠다고.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혼자 솔직하게 적어내는 다이어리는 속은 시원하게 풀 수 있을진 몰라도 책임감을 주기엔 덜하더라. 글을 써서 누군가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면 앞으로 보여주어야 할 모습들이 의무가 되니, 책임감을 부여해 줄 것 같았다. 그래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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