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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웉 Sep 18. 2024

달 달 무슨 달

 9월 17일의 기록

 추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햇살이 쏟아졌고, 더위가 끓었다. 밖은 사람이 없이 적막했다. 폭풍이 와서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바닷가 마을에 비가 그치고 볕이 들면 이런 모습일까 생각했다. 이따금씩 생각이 난듯 대형 트럭이 웅웅 소리를 내며 고속도로를 지나갔다. 밥상 위를 빈틈없이 채울 식사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달그락 소리, 그와는 배치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가득했던 예전의 추석이었다. 매일 듣다보면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1년에 2번 듣는 그 정겨움을 나는 좋아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식사를 했다. 추석 특식인건지 마카롱이 한 상자씩 나왔다. 딱 떨어지는 단맛에 적절한 향이 나는 필링까지, 사회에서 파는 것 부럽지 않은 퀄리티였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눅진하게 찐 송편의 투박한 맛이 그리웠다.

 점심을 먹고서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한데 모인 친척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공기가 어디선가 날아들어 실을 만들고 엉겨붙어 솜사탕같은 형체를 만든다. 그것이 내가 상상하는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솜사탕을 의미 있을만큼 크게 만드는데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러나 친척끼리의 통화라면 솜사탕의 크기 따위는 아무렴 좋았다. 단순한 안부를 묻는 질문과 짧은 대답이 주를 이루는 대화였는데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그저 손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뻐하셨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내리쬐던 햇빛이 잦아들고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다. 가로등이 없던 옛날 사람들의 편이 항상 되어주었던 그 완전하고 밝은 달이었다. '우주에는 달이 하나 뿐이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달을 본다.' 네가 보고 있는 달이 내가 보는 달과 비슷하기를 바랐다. '너의 콧노래가 다시 듣고 싶어.' 소원을 빌었다. 옛날 사람들은 달빛 때문에 사람의 정신이 이상해진다고 믿어서 lunatic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만유인력 때문인지 내 마음에도 물이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밀려들어왔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것을 실처럼 뽑아 너에게 날려보냈다. 네 쪽의 나뭇가지에 걸려 예쁜 솜사탕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오늘 저녁 내내 보고 있던 달에서는 토끼가 절구를 찧고 있었다. '쿵, 쿵' 소리가 달에서부터 들려왔다. 소리가 조금씩 빨라진 후에야 그것이 갈비뼈 안쪽에서부터 울려퍼진 것을 알았다. 그런 여름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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