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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웉 Sep 09. 2024

집으로

8월 30일의 기록

 사람은 바뀔 수 있는가? 나는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다른 사람들이 일그러져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행복을 느끼는 방식, 어울리며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방식이 나의 그것과는 몹시 달라 힘들었다. 그런 내가 마침내 안정을 찾은 건 입학으로부터 6년이 지나 졸업을 하고 나서다. 마음이 맞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을 찾아 마음에 드는 취미생활을 하며 생활다운 생활을 했고, 지켜야 하는 일상이 생겼다. 내가 이렇게 내 집을 찾기 전에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군대에 왔대도 아마 아쉬움이 없었을 것 같다. 입대한지 한 달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지켜야 할 일상이 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재활의학과 실습을 돌며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에 익숙해진다'는 컨셉을 들었다. 이제까지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 '병이란 무엇인가?'에 내 나름대로 내놓았던 해답은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지난 6년간 내가 가지고 있던 병을 직시하고 그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재활치료를 받았다. 결국 지금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 쏙 들어갈 수 있는 껍질을 얻은 느낌이다.

 시간이 꽤나 남는다는 것을 깨닫고 오늘부터 독서를 시작했다. 여긴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우리 집보다 조금 넓은 정도이지만 있을 책들은 다 있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파스텔톤의 표지와 감성을 자극하는 양산형 책들이 없고 궁서체로 제목이 적힌 칙칙한 고전들만 있어서 오히려 책을 고르기는 쉽다. 처음으로 고른 책은 <노르웨이 숲> 이다. 조금 남성향인 경향이 있지만 생각해볼 거리도 많고 재미있게 읽힌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렇게 내 생각들을 글로 남긴다. 내일은 주말이기 때문에 12시까지 연등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에어컨만 붕붕 돌아가는 이 침묵과 텅 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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