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 롤, 4월의 교토

C35, Pen EE3 / Fuji 200, Ultramax 400

by 희붕

22년도 포토트래블에서 사진 활동에 대한 불씨가 크게 점화했기 때문일까? 해외여행 빈도가 많이 늘었다. 그 여파로 2024년도 초반부터 해외로 나가게 되었다.


3월 29일부터 4월 3일. 벚꽃핀 교토를 생각하고 일정을 잡았다.

평년의 기록을 보면 벚꽃이 만개하거나 흐드러지게 떨어질 시기였다.


만개를 놓치더라도 떨어진 모습이라도 담고자 결정한 일정이었지만, 정말 아쉽게도 교토에서 만난 풍경은 이제야 꽃봉오리들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었다.




여행을 나가며 친구들에게 필름카메라를 사용할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카메라는 모르지만 사용해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 가장 사용성이 좋은 Pen EE3를 빌려주기로 했다. 친구들과 여행이라 야간에는 이자카야에 있을 확률이 높아 야경을 촬영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노출이나 초점에 대한 기본기가 없는 초보자에게 딱 알맞은 카메라고 생각해 결정했다.


타이틀이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 롤이지만 두 개의 필름은 내가 촬영한 시선이 아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내가 촬영한 필름만 담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한롤로 모든 여행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고, 나와는 다른 시선을 담은 사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같이 게시하려고 한다.



여행이야기로 돌아가면 나에게 교토가 낯선 동네는 아니다. 글 서두에 언급한 포토트래블 또한 교토였고, 오사카의 방문 횟수를 생각하면 오히려 익숙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교토역에 숙소를 잡아서 그런지 풍경이나 경험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C35, Fuji 200 / 멀리서 담은 호칸지, 거리의 모습

이때 후지 필름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날이라고 기억한다. 스캔본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역시 후지' 네 글자였다. 이 보다 일본이랑 어울리는 색감을 잘 표현해 주는 필름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담겼다고 생각한다.


C35, Fuji 200 / 결혼식 중인 야사카 신사

많이 걸어 다니기로 결정했던 여행이라 청수사, 니넨자카, 산넨자카를 통해 야사카 신사까지 걸어 내려왔다. 계속되는 비 이후로 이제야 좀 잠잠해진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고, 개화 일정이 밀렸지만 개최 일자를 지켜야 되는 벚꽃행사들은 팥 없는 붕어빵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C35, Fuji 200 / 기지개를 피기 시작한 벚꽃들


야사카 신사에서는 결혼식 행사처럼 보이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걸 통제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신사에 들어갈 수 있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C35, Fuji 200 / 내가 좋아하는 교토의 거리 모습

교토를 방문하면 볼 수 있는 상점가들의 모습. 일본의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대부분 이렇게 상점들이 한 구역에 구성되어 길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필름으로 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조금 더 신경 써서 찍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아마도 이동하는 사이에 급하게 촬영했을 것 같다.


C35, Fuji / 카모강

언급했던 것처럼 교토에 자주 방문했지만 오사카 일정에 당일치기로 가볍게 방문하거나 다른 장소를 우선시해서 카모강을 담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 이 사진도 지나쳐 걸어가는 동안 급하게 담은 사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했다.

맑은 강과 교토의 풍경 그리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커다란 도심 속 한강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카모강을 지나쳐 점심을 먹은 이후 계획해 둔 위쪽의 코스로 이동했다. 게아게 인클라인에서부터 난젠지, 철학의 길 입구를 거쳐 은각사 쪽으로 이동하는 코스였다. 꽤 많은 관광지를 경유하면서도 너무 많이 걷지 않는 루트로 산책하기에 좋은 거리라고 생각했다.


C35, Fuji / 게아게 인클라인, 난젠지

아직은 개화하지 않은 벚꽃이 많다 보니 한그루에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것도 나쁘지 않은 모습인데? 하는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귀국하고 나서야 가지는 마음이지만 여행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좋겠지만 아쉬움이 없는 여행은 없듯이 이 상황에도 즐길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C35, Fuji / 어두워지는 교토

나의 여행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름을 아끼지 않고 촬영하는 성향이라 하더라도 빛이 부족해 플래시를 터트려야 하는 이자카야에서 촬영하는 일은 드물다 보니 마지막은 야경 사진이 있으면 다행이다. 물론, 음식을 좋아해서 먹는데 집중하는 점도 빼놓지 못한다.


아무튼 해의 고개가 바다에 닿을 때쯤의 교토는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면서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음주가무의 시간이랄까... 다음 여행에서는 하나둘 불빛이 켜지는 이자카야들의 모습도 담아봐야겠다.



C35, Fuji / 이네후나야

이 챕터의 표지를 어떤 사진으로 할지 꽤 고민했다.

이네의 사진을 턱 하니 올려버리자니 너무 시작부터 가장 하이라이트 격인 여행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그래도 이상한 여행기의 가장 맛있는 여행지가 어디인지 보여주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이네 사진을 걸어놨다.

태블릿에서 저장글을 여러 번 들어와 수정하면서 사진을 보니 만족도가 높아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네에서의 내 사진은 두장으로 끝났다.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재방문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먼 여행지였고 필름과 디지털, 여기에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브이로그까지 모두 컨트롤하기에는 여유가 없다고 판단해 디지털 촬영에 더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시선보다는 친구의 시선이 어떤 장면들을 담았는지 관찰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Pen EE3, Ultramax 400 / 이네후나야, 이치노미야 부두

이 날은 재방문하더라도 다시 이런 날씨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맑고 화창했다. 전체적으로 사진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감이 맛있게 살아있는 걸 볼 수 있고, 푸른 바다가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너무 좋은 날씨 덕분에 일정이 많이 변경되었다. 원래 일정은 양쪽 전망대(카사마츠 공원,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를 구경하는 일정으로 구성했었다.

이네에서 사진 찍고 산책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 카사마츠 공원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를 갈까 하다 너무 좋은 햇살에 자전거를 렌트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전망대에서도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버스가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다른 곳과 비교하면 적은 수의 관광객이지만 모든 관광객이 하나의 버스를 탑승해서 이동하다 보니 너무 많은 인원수가 몰리는 것도 한 몫했다. 무엇보다 아마노하시다테를 자전거로 횡단해 보는 경험도 재밌을 것 같았다.


Pen EE3, Ultramax 400 / 아마노하시다테, 치온지

자전거와 바다가 주는 감성이 잘 담겨있는 장소였다. 사진이 목적이 아닌 여행이라면 전망대보다는 이 경험을 추천한다.

나에게 다음이 있다면 또 자전거로 횡단하지 않을까?


Photo By LeeYongsun(HeeBung), LeeChangsoo
4th to 6th Record
Konica C35, Olympus Pen EE3
Fuji 200, Kodak Ultramax 400
Noritsu Scanner(망우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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