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마음
우스개 소리 중 하나.
누군가 포기하고 싶다고 하면 클리셰처럼 말하는 문구가 있다.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말이야!"
우리는 살면서 어려움에 닥치게 된다. 그때마다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의 자아가 갈등을 하는데 순간의 트리거가 되는 자아는 '포기'이다. 너무 힘든 순간이 오거나 하기 싫다는 마음이 클 때는 '포기'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고, 이번에는 잘 될 거 같은 마음이 크다가도 막상 실패를 부닥치게 되면 '포기'라는 마음이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최근에 아이가 입체 상자(정육면체)를 그리는 데 관심이 생겼다. 평행사변형을 그리고 쓱쓱 그리면 될 일인 거 같은데 아이의 눈에는 평행사변형도 그냥 직사각형(또는 정사각형)으로 보이는 데서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정말 그리고 싶은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아이는 몇 번 짜증을 내기도 하고 도와달라고도 하다가 또 본인이 해보겠다고 하다가 그러다 결국은 나의 짜증마저 더해지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됐었다. 나와 다르게 반려인은 아이가 문제에 봉착하면 해결법을 찾아보려 한다는 점. 반려인의 문제해결법이 참으로 참신했는데, 종이 상자의 한 면을 찢더니 그 안에다가 평행사변형을 오려서 모양자로 만들어 주는 거였다. (이럴 때마다 속으로 매우 감탄하는 나...)
어제도 저녁에 서재에서 입체 상자를 그리겠다며 나에게 다시 알려달라고 했다. 지난번 모양자가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종이에 쓱쓱 차근차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데 아이가 옆에서 조용히 한 마디 한다.
"오늘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제 기껏해야 3000일을 살아온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내가 먼저 '포기'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아이를 키우며 나도 같이 인생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