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점검
사회생활한 지 꽤 되어가지만, 가끔씩 당시에는 그러려니 넘어갈 일도 곱씹게 되는 날이 있다.
우리 회사는 불시에 한 번씩 보안점검을 진행한다. 보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내가 가진 자료 중에 보안이 필요한 자료는 딱히 없긴 하다. 그래서 평소에도 서랍마다 시건장치를 해 놓고 가거나 퇴근할 때마다 노트북을 서랍에 저장해 두고 다니지는 않는다. 아마 나뿐 아니라 회사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일 듯싶다.
어제 출근했는데 책상 위에 '보안점검 위반'이라는 주차 위반 딱지 같은 종이가 한 장 놓여있었다. 위반 사항은 노트북을 책상에 방치하고 퇴근했다는 것. 처음에는 조금 황당했는데, 곧이어 담당이신 분이 오셔서 설명을 하시고는 사진을 찍어갔다. 그리고 바로 이메일로 부서장이 참조가 된 이메일이 도착했다. 불시 보안 점검 위반사항이 발생해서 통보하오니 재발방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내가 잘못을 했으니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오늘 출근해서 해당 내용에 대해 내부결재를 올렸을 것 같기에 찾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나만 점검 위반자로 결재가 올라가 있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싶고, 어제 뭔가 께름칙했지만 다른 분들은 위반 사항이 없었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오늘 문득 곱씹게 되는 장면이었다. 보안 점검의 여러 항목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책상 위 보고서나 서류 방치 여부, 서랍 등 시건여부, 전원차단 여부 등) 그중에서 노트북 방치에 대해 내가 뭔가 그 형식적인 보고의 희생양이 된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정말 저 항목들에 대해 나만빼고 모든 직원이 다 지켰을까라는 의문도 함께 든다.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형식을 위해 희생양이 필요하셨다면 기꺼이 해 드려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