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금요일

누군가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들

by anna

새벽녘의 색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오묘한 색이다. 해가 뜨면서 지난밤의 어둠을 밝게 물들이는 색. 검은색은 모든 색의 총집합 같은데, 그중에서 하나씩 하나씩 덜어내어 숨어있던 색들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이다. 작금의 나도 아이도 어떤 색이 숨어 있는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다른 색들로 채워가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집정리. 퇴근 후,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가 널브러진 짐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잠도 자야 하니 오랜 시간을 할 수 없어 최대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하루하루 구역을 나누어 정리하는 중이다.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물건들을 보며 지난날 나의 충동적인 소비와 소유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소비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안 대청소라는 깨달음과 함께 오늘도 집정리를 계속하고 있겠지. 휴... 기존에 있는 책, 물건들 먼저 다시 돌아보자.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박주영 판사가 쓴 판결문의 일부이다. "밖에서 보기에 별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 듯 보잘것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 있게 만든다. 어스름한 미명과 노을이 아름다워서, 누군가 내민 손이 고마워서,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켜 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지금껏 버텨 온 자신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