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하지 말고 행위하라
"당신, 참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필자는 좋으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에게 유익한 행위를 했기에 칭찬을 한 것일까, 아니면 언제 어디서든 부탁하면 다 들어주는 쉬운 사람이기에 그런 것일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나면 어쩐지 좋은 일만 해야 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고 만다.
이처럼 "좋은"이라는 표현은 "사람"이라는 명사 앞에 붙어 의미를 풍성하게 해주는 동시에, 그 명사의 의미를 제약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인 김춘수의 <꽃>처럼,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던 그가 이름을 불러주니 그저 꽃으로서만 남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아름답고 예쁜 꽃으로 남아버리게 된 그의 운명은 어찌나 행복하면서도 슬픈가!
철학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본성에 관해 논쟁해 왔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한가? 좋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논쟁은 인류의 역사가 끝을 맞이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논쟁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 인간은 선함과 악함이라는 본성을 모두 가진 복잡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훌륭한 인물도 때로는 바르지 못한 일을 하고, 악한 인물일지라도 이따금씩 유익한 일을 해내기도 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성인"들을 떠올려보자. 누구라도 칭송하고 존경할 만한, 인류 역사상 가장 "좋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성인"들은 "범인"과는 분명히 다른,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되고는 한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로 드물다! 얼마나 많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이 행성에 살고 떠나갔는가?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은 필시 평범한 인간이 해낼 수 없는 일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사람"이 평생 될 수 없음에 괴로워야만 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상술했듯이,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친구와 험한 말로 다투다가도, 내일은 역경에 빠진 친구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인 것이다. 좋은 사람만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 어려움을 감당하고자 하는 용기, 근면한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좋은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좋은 사람"인가 고민하지 말고, 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을 위해, 때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자. 말로써 규명하지 말고, 행위로써 표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