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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혁 Sep 18. 2021

시골 용가리의 서울 탐방기 - 스타벅스 별다방점

어느 화창한 가을날의 한가로운 오후



"가을이 왔구나."


 눈부신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푸른 창공의 바다에 이따금씩 새하얀 섬들이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한적한 오후였다. 이런 맑은 날씨는 언제나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추석이 다가오기 전 미리 본가인 서울로 온 나는 간만의 휴일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적당히 서울의 도심을 구경하다 최근 집필 활동으로 미처 다하지 못한 대학 공부를 마저 끝낼까하는 생각을 하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서 걷는 것은 곧 자유로운 휴식이다. 걱정과 근심의 폭풍우에서 벗어나 걷는 스스로에만 집중한다. 마음은 점점 평온해지고, 무의식의 호수에서 생각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유로운 사고만큼 행복한 정신 활동이 있을까?





 본인은 21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해인 경진년에 울산이라는 막내 광역시에서 태어났다. 다양한 변화의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MZ 세대의 Millennial 세대인 것이다(*글을 투고하고 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항상 글을 열렬히 읽어주시는 1호 애독자분께서 2000년생은 M 세대가 아닌 Z 세대임을 지적해주셨다. 철썩같이 M세대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에게 있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적 아름다움을 지닌 이영훈 작사가의 이문세, 진솔한 음유시인 김광석의 7080 가요들을 좋아하며, 하얀 셔츠를 입고 네이비 정장에 윈저 노트 방식이 어울리는 넙대대한 넥타이를 항상 매고 다니는, 어찌 보면 나의 세대와는 조금 다른(본인은 항상 MZ 세대의 FM임을 줄기차게 주장하지만, 친구들은 항상 늙다리라며 놀려대고는 한다.) 대학생이다. 그러한들 어떤가, 이 역시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이며 개개인의 개성인 것을.



 

 그렇게 도시의 한복판을 거닐던 도중, 내면 속 원초적인 욕구가 생각에 심취해있던 나를 일깨웠다. 그렇다. 나는 배가 몹시 고파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버터로 맨들맨들해진 크루아상을 한입 크게 베어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발걸음을 서두르며 인근 카페를 눈에 불을 켜며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익숙한 카페인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의 도심에서는 한 블록마다 하나 이상의 스타벅스 매장이 위치해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특별시 전체 스타벅스 매장의 개수를 세보기도 한다.(아직도 다 세지 못했다. 카페인의 총량으로 전세계 국가를 줄세웠다면, 대한민국은 미합중국과 러시아를 능가하는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스타벅스 매장 중 이 매장은 무언가 독특한 느낌을 풍겼다. 우선, 입주해있는 빌딩의 모습이 다른 빌딩과는 사뭇 달랐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콘트리트-철골 직육면체 현대 예술품이라고 느꼈다. 본인은 이 빌딩이 어느 중견 기업의 본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매장이 크기가 대단히 컸다. 사진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카페 매장명이 스타벅스 별다방점이었다는 것이 나의 호기심을 끌었다. 별다방은 스타벅스의 한국식 애칭이 아닌가? 애칭을 매장명으로 한 매장이라니, 신기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기심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날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던 천방지축 경진년생 용띠인 시골 용가리 최 작가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건물의 회전문에 이끌려 들어갔다.(사족이지만 경험상, 회전문이 설치된 빌딩은 기업의 본사이거나 대단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설인 경우가 많았다.) 




 회전문의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건물의 내부 디자인을 본 순간, 나의 생각이 들어맞았음을 깨달았다. 디자인이 우수한 건물을 서울 곳곳을 다니며 여럿 보긴 했으나, 이렇게 편안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가진 건물은 많지 않았다. NaCl의 아름다운 불꽃색과도 같은 은은한 무드 등이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천장에서 내부를 비추어주고, 우측의 나이테가 늘어선 듯한 흑색의 석벽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 입구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매장의 입구는 더욱 독특했다. 바쁜 현대 사회 직장인들이 매장 밖에서 사이렌 오더를 통해 미리 주문하고, 곧바로 받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한 상부 아치형 테이크 아웃 데스크는 마치 놀이공원 매표소를 보는 듯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안으로 향했다.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뒤늦게 매장 안에서 전체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별다방점은 몇 년간 스타벅스를 휴식 공간으로서 애용해 온 나에게 있어 신선하고 거대한 충격이었다. 배가 고파서 이곳에 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몇 분간은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구경했다.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디지로그라는 용어가바로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나? 놀이 공원에 자유 입장권을 손에 들고서 관심 가는 대로 방방곡곡 돌아다니던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우선 데스크가 대리석 느낌을 준다는 것부터 기존 스타벅스와의 차이점을 보였다. 본인이 가본 대부분의 스타벅스는 그린 컬러에 맞는 우드 기반 데스크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wall이다. 사진에서는 한 폭의 자연스러운 그림같으나, 저것은 디지털 스크린이다. 일부 매장이 레트로 스타일의 그림과 벽돌을 부분 부분 넣은 벽을 이용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연출하는 반면, 별다방점은 디지털 스크린을 통한 정감 가는 풍경화 디스플레이라는 과감한 시도를 하였다. 사진만으로 분위기를 다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 대단히 안타깝다.





 스타벅스의 과감한 도전은 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원목 데스크와 나무 그루터기를 연상시키는 의자의 조합을 통해 마치 하나하나가 작은 한옥을 연상시키는 테이블을 만들어냈다. 언뜻 보면 외국 기업인 스타벅스와 한국 생활양식과 문화의 산물인 한옥은 서로 대치되는 듯 보이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어 서로 쌍방향적인 시너지를 내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매장 내부 공간을 이용해 별도의 소규모 공연장같은 휴식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데스크 없이 의자에 앉아 잠시 가벼운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좋다.





 다크 브라운 계열의 컬러와 유니크한 장작 난로를 이용해 눈 내리는 한겨울 별장 속 뜨뜻한 난로 옆에서 흔들 의자에서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한 매장 안에서 다양한 분위기를 조성해 고객이 선호하는 공간에서 휴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매장 내 자체 오븐을 통해 커피에 어울리는 따뜻한 빵을 즉석에서 구워내 고객이 맛볼 수 있고, 한옥의 기와 끝을 연상시키는 듯한 커브로 마감 처리를 한 천장, 다양한 스타벅스 고유의 제품과 충전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충전할 수 있도록 일부 좌석에 설치되어 있는 무선 충전기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차, 뱃속에서 천지를 울리는 천둥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구경은 이만 하기로 하고 데스크 앞에서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데스크 옆 진열대에 있던 AOP버터 빵 오 쇼콜라와 크로와상을 주문한 상태에서, 메인 디시라고 할 수 있는 커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별다방 블렌디드라는, 다른 매장에서는 보지 못한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파트너분에게 여쭈어보니, 한국 고객들만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원두를 이용, 별다방점과 다른 지점 중 극히 일부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커피였다(파트너분이 설명해주시며 다른 지점 한 곳에서도 판매하고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메모지를 들고 오지 못한 관계로 적어놓지 못했다.). 그야말로 한국의,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커피인 것이다.

 한국 고객들만을 위해 스타벅스가 정성들여 개발했다고 하니 토종 한국인인 시골 용가리도 맛을 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Grande 사이즈를 주문하고 자리로 가려던 찰나, 데스크에 계시던 'DINO' 파트너분께서 커피는 반대쪽 데스크에서 나온다고 알려주셨다(*파트너분께서 이후에 매장 디자인과 스타벅스의 철학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고, 이 빌딩의 상층부에 스타벅스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역시 알려주셨다. 바쁘신 와중에도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히 답해주시며 글에 자신이 파트너 네임을 기재하는 것까지 흔쾌히 허락해주신 DINO 파트너님께 감사드린다).




 으잉? 뒤쪽에도 데스크가 있었다는 말인가? 다시 자세히 보니 파트너분께서 직접 커피를 하나하나 내려주시고 고객에게 드리고 있었다(파트너분께 마찬가지로 사진 촬영을 허가받았다). 마치 칵테일을 만들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고급스러운 Bar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립 커피를 먹어보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파트너님께 설명을 부탁드렸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에 내용을 심도 있게 이해하지는 못하였지만, 세 번에 나누어 커피를 내림으로서 단맛 등의 특정한 맛을 분리한다는 파트너분의 설명을 통해 한 잔의 커피에도 정성을 다하는 바리스타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물티슈가 너무 귀여운 나머지 뜯어서 사용하지 못하고 바깥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사용해야만 했다....


 커피 내리는 과정을 구경하다보니 어느 새 작업이 끝나고, 커피를 전달해주셨다. 빵을 가지러 갈려는 찰나, 조금 전 매장에 대해 설명해주신 파트너분께서 수고롭게도 직접 빵을 가져다주셨다. 인간 존엄성과 이익의 균형을 맞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는 스타벅스의 철학이 자부심을 가지고서 고객을 위해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 파트너분들로부터 전해져 왔다. CEO 하워드 슐츠의 경영 철학이 담긴 '그라운드 업'을 잠깐 읽어본 적이 있기에 더욱 크게 다가온 듯 하다.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곧 새로운 도전이다. 작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우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별다방 블렌디드를 가볍게 음미했다. 커피의 맛을 잘 분별할 정도로 미식가인 것도 아니고, 다양한 커피를 맛본 것도 아니기에 맛에 대한 풍부한 묘사는 어렵지만, 이런 초보 시음자인 나조차 우러나오는 다양한 풍미의 일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빵 오 쇼콜라를 한 입 베어물자 풍미 넘치는 크림과 달달한 초콜렛 칩이 녹아 조화롭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크루아상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베이킹 오븐이 카페 내 존재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갓 나온 구수한 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빵의 뜨끈한 온기는 빵의 부드러운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준다.


별다방점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커피에 대한 설명이 적힌 카드다.

 

 카드에 적힌 설명에 따르면, 건조된 허브의 향이 상큼한 산미와 부드러운 보디감을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또한 강렬한 초콜릿과 구운 밤의 풍미가 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가지각색의 원두를 통해 다양한 커피를 고객에게 선사한다.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니 이 체험과 경험을 글로 써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강의를 들어야한다는 생각은 뿌연 연기가 바람을 타고 흩날려지듯이 사라진 채, 정신 없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진의 용량과 크기를 시행착오를 통해 조정해가며 어느덧 글의 서론을 작성할 때 쯔음, 커피를 다시 음미하기 위해 컵을 들었을 때 유난히 가볍게 느껴졌다. 한 잔에 담긴 행복은 이미 나의 위장 속으로 자취를 감춘 이후였다.


 안타까워할 새도 없이,  다시 글을 쓰는 작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글을 쓰며 항상 테이블과 입을 부지런히 왕복하던 컵을 쥐던 오른손은 나보다도 먼저 명절 휴가를 유유히 떠나버린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 혼자만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잽싸게 데스크로 가서 친애하는 오른손을 위한 다음 커피를 주문했다. 

 


헐레벌떡 찍느라 사진이 흔들리고 말았다. 사진 촬영을 허가해주신 파트너분께 마찬가지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번에 주문한 커피는 니트로 콜드 브루였다. 콜드 브루를 내리는 기계가 마치 생맥주를 내리는 기계와도 비슷해 보였다. 콜드 브루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는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미리 학습해봐야겠다고 속으로 기약 없는 다짐을 하였다. 




 파트너분으로부터 커피를  받은 찰나, 커피에서 금빛 폭포수가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광경에, 파트너분의 설명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고 가만히 보고 있었다. 무슨 원리일까?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에 한번 더 주문해보고 싶다.


 편의점에서 먹은 콜드 브루 커피와는 궤를 달리하는 부드러움과 깔끔한 맛의 마무리를 선보였다. 나에게 있어 콜드 브루 커피의 맛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에 충분하였다. 풍미와 부드러움에 만족한 채 해가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노트북으로 글을 타이핑했다. 물론, 일일 카페인 기준치 초과 섭취로 인해 광란의 프리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한 심장의 터져나갈 듯한 박동은 덤이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담


카페 전경에 같은 브랜드 카페가 또 보이는 브랜드는 스타벅스 뿐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디자인에 감탄한 빌딩이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 구경한 남대문 시장의 풍경.



매장 안에서 하늘을 바라본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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