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단거리 차로분리
주말마다 정체로 몸살을 앓는 고속도로에 정부가 ‘구조 개편’ 카드를 꺼냈다.
운전자 매너나 단속 카메라에 기대던 방식을 넘어, 아예 차로 자체를 갈라 정체 원인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1차로 정속 주행, 출구 앞 칼치기 같은 만성 병폐를 물리적으로 못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겨냥한 건 고속도로 정체의 단골 범인인 ‘위빙(Weaving)’ 구간이다.
나들목(IC)·분기점(JC) 근처에서 들어오려는 차와 나가려는 차가 X자 동선으로 뒤엉키며, 한 대만 급차선 변경을 해도 뒤따르던 수십 대가 줄줄이 브레이크를 밟는 유령 정체가 만들어진다.
특히 출구를 두고 1차로에서 4차로까지 한 번에 꺾어 들어가는 ‘칼치기’ 운전은 교통량이 적을 때도 흐름을 깨뜨리는 대표 사례다. 정부는 이런 무질서한 차선 변경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정체 해법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 도입될 ‘장거리 전용 차로’는 중앙 분리대를 기준으로 안쪽은 장거리, 바깥쪽은 나들목 진출입이 잦은 단거리 차로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고속도로 안에 급행·완행선을 따로 두는 셈으로, 진입 단계에서부터 운전자가 목적지 거리와 경로를 보고 어느 쪽 차로를 탈지 미리 선택해야 한다. 일단 장거리 전용 차로로 들어가면 일정 구간 동안은 바깥 차로로 넘어갈 수 없다.
“아, 여기서 빠져야 했는데” 하고 마지막에 핸들을 꺾는 행위 자체가 구조적으로 봉쇄되는 대신, 안쪽 차로는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달릴 수 있는 흐름을 확보하게 된다.
이 방식은 추월 차로 비워두기 관행이 몸에 밴 독일 아우토반이나, 가변 제한속도로 흐름을 조절하는 프랑스와도 결이 다르다. 규범과 자율에 기대기보다는, 분리대와 차로 설계로 행동을 강제하는 ‘한국식 하드웨어 해법’에 가깝다.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뒤따른다. 차로 선택을 잘못하면 목적지를 지나쳐 수십 km를 돌아와야 하는 ‘강제 직진’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장거리 차량이 모두 안쪽으로 몰리면 오히려 바깥 차로에만 정체가 집중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내비게이션 안내 체계 개선과 표지판 설계, 시범 구간 운영 결과에 대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길 잘못 든 운전자들만 고생한다”는 불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위빙과 칼치기, 1차로 정속 주행처럼 수십 년간 지적만 반복됐던 문제를 구조 자체로 손대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장거리 전용 차로’ 실험이 고속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드는 만성 정체를 완화하는 해법이 될지, 또 다른 혼란을 낳을지 여부는 실제 운영 결과와 운전자들의 적응 속도가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