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등 뒤, 막내 이정우 인턴이 앉아 있었다.
강남 8학군. 대치동 키즈. 그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기보다, ‘기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지적인 이미지’가 탐나서 언론사에 들어왔다.
어제 오후, 체육관 앞에 검은색 최고급 외제 세단이 멈춰 섰던 사건은 기자석의 전설이 되었다. 뒷좌석에서 내린 우아한 중년 부인. 그녀는 정우에게 최고급 거위털 이불과 유기농 도시락, 그리고 홍삼 엑기스 세트를 안겼다.
“우리 정우, 잠자리가 불편해서 어쩌니. 엄마가 도지사 비서실장한테 전화라도 해줄까?”
타사 기자들은 경악했고, 유가족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정우는 투덜거리면서도 받을 건 다 받았다.
“아, 엄마. 쪽팔리게 왜 이래~ 빨리 가.”
그는 그게 왜 부끄러운 일인지 몰랐다. 그에게는 타인의 시선보다 내 잠자리의 퀄리티가 더 중요했으니까.
지금 정우는 엄마가 주고 간 홍삼 엑기스 파우치를 입에 문 채 셀카를 찍고 있었다.
배경은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들. 각도는 45도. 표정은 ‘나라를 걱정하는 고뇌에 찬 지식인’. 이마에 주름을 살짝 잡았다. 너무 밝으면 가벼워 보이니까.
그는 사진을 흑백으로 보정하고 채도를 낮췄다. 인스타그램 업로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나의 펜은 왜 이리 무거운가... 현장의 공기가 나를 짓누른다. 나는 죄인이다. \#Journalist \#Truth \#새벽감성 \#현장의무게]
업로드 버튼을 누르자마자 ‘좋아요’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정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는 댓글을 확인하며 희열을 느꼈다.
“오빠 멋있어요 ㅠㅠ”, “힘내세요 기자님\! 응원합니다\!”, “진짜 기자다운 글이네요.”
그에게 재난 현장은 나르시시즘을 충전하는 주유소였다. 좋아요 개수가 늘어날수록, 그는 자신이 꽤 괜찮은 인간이라는 도덕적 우월감에 젖어 들었다. 최미진이 시키는 복사 심부름이나 하는 주제에, 그는 SNS 속에서만큼은 시대를 고민하는 대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