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의 춤

by 이선우

사건은 예고 없이 터졌다.

체육관 입구 쪽에서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뭐야?” “저 사람 뭐야?” “경찰 불러!”

곧이어 날카로운 파열음이 정적을 찢었다.

“으하하하! 가짜야! 다 쇼야! 너네 다 속고 있는 거야!”

거대한 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홍해처럼 갈라지는 인파 사이로 이질적인 존재가 튀어 들어왔다.

희끄무레한 살덩어리.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알몸의 사내였다.

그는 마치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당당했다. 햇빛을 본 적 없는 창백한 피부. 술살이 올라 출렁거리는 뱃살. 듬성듬성한 다리털. 그리고 덜렁거리는 성기.

엄숙한 성소(聖所)에 난입한 B급 에로 영화의 단역 배우 같은 몰골이었다. 남자는 맨발이었다. 발바닥이 체육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쩍쩍 울렸다.

“다 벗어! 위선자들아! 다 벗으라고! 왜 나만 미친놈 취급해!”

남자가 춤을 췄다. 팔을 휘저을 때마다 뱃살이 기괴한 리듬으로 출렁거렸다. 유가족들도, 경찰도, 자원봉사자들도 순간 얼어붙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에 뇌가 상황 처리를 멈춘 것이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정적이었다. 슬픔에 잠겨 있던 체육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타타타타탁!*

그 정적을 깬 것은 박동훈의 셔터 소리였다.

“좀 비키라고! 아, 왜 밀어!”

동훈은 텀블러를 바닥에 내던지고 멧돼지처럼 돌진했다. 그는 앞을 막아서는 자원봉사자의 발을 전투화 신은 발로 꾹 밟았다. 봉사자가 “악!” 소리를 지르며 주춤하는 사이, 동훈은 그 틈을 팔꿈치로 파고들었다.

“사람 칩니다! 기자 치네! 취재 방해하지 마쇼!”

그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하여 로우 앵글을 잡았다. 뷰파인더 속에서 남자의 출렁이는 성기와 광기 어린 눈동자, 그리고 뒤편의 영정사진이 적나라하게 꽂혔다.

알코올이 들어가 떨리던 동훈의 손은 거짓말처럼 고정되었다.

“죽이네. 질감 봐라. 이게 리얼리즘이지. 이게 시대의 광기야.”

입으로는 ‘시대의 아픔’을 찾던 그가, 지금은 미친놈의 뱃살을 탐하고 있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척추를 타고 오르가슴이 흘렀다.

“팀장! 저거야! 대박!”

최미진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뇌세포들이 ‘자극 = 클릭 수 = 승진’이라는 방정식을 0.1초 만에 풀어냈다.

“제목 바로 뽑을게요!<참사 현장의 충격... 끝내 옷 벗어던진 아버지의 절규> 어때요? 이거 한국뉴스보다 먼저 쏘면 우리가 판 다 먹는 거예요! 와, 나 진짜 천재인가 봐.”

미진은 이미 노트북에 미친 듯이 타자를 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팩트? 확인? 그건 나중 문제였다. 일단 통신사 보다 빨리 쏘는 것, 그것이 그녀가 배운 7년의 노하우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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