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자리. 최미진 기자는 거울 속의 자신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입사 7년 차. 그녀는 거울 속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기름져 보였다. 현장의 처참함을 전하는 기자의 얼굴은 적당히 창백하고 처연해야 했다. 그래야 방송 카메라에 잡혔을 때 ‘개념 있는 기자’처럼 보이니까.
그녀는 파우더를 톡톡 두드렸다. 며칠 전 샀던 워터프루프 마스카라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팀장님. 제 가방 좀 봐주세요. 바닥에 먼지 묻을라.”
미진은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둔 검은색 퀼팅 백을 형석 쪽으로 슬쩍 밀었다. 홍콩 뒷골목의 장인이 만든 S급 짝퉁. 하지만 미진에게 이 가방은 진품보다 더 진품이었다.
그녀가 입사지원서 학력란에 ‘한국대학교(지방 캠퍼스)’라고 적을 때마다 느꼈던 그 지독한 열등감. 술자리에서 편집국 선배들이 “너 한국대 어디 과야? 내 후배네?”라고 물을 때마다 등줄기에 흐르던 식은땀.
이 가방은 그 모든 것을 가려주는 방패였다. 동기 모임에 이걸 들고나갔을 때 쏟아지던 부러움의 시선. 그 시선만이 그녀가 ‘진짜 기자’가 되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마약이었다.
“여기가 백화점이냐? 기사 안 써?”
형석은 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꾸했다.
“그림이 안 나와요. 다들 울기만 하는데 뭘 써요.”
미진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노트북 화면은 백지였다. 제목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오열하는 해원도... 하늘도 울었다]**
그녀에게 기사는 팩트의 나열이 아니었다. 자신이 주인공인 비극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조연인 유가족들이 대사를 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거나, 힘없이 흐느낄 뿐이다. 답답했다. 이래서야 대형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릴 ‘단독’ 딱지를 붙일 수가 없다.
7년 차나 됐으면 법조팀이나 정치부 같은 '꽃보직'에 있어야 하는데, 실적이 없어 다시 험한 사회부 사건팀으로 돌려진 처지였다. 이번 건을 잘 처리해서 서울 법조팀으로 영전하는 게 그녀의 목표였다. 냄새나는 현장 뺑뺑이는 이제 지긋지긋했다.
그녀는 옆 테이블 <한국뉴스> 여기자를 곁눈질했다. 그 여자는 유가족 할머니 손을 잡고 같이 울어주고 있었다.
‘여우 같은 년. 저년 저거 저러고 또 단독 따내겠지.’
미진은 자신의 연기가 부족한가 싶어 인공눈물을 찾았다.
왼쪽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났다. 사진부 박동훈 차장이었다.
그는 은색 텀블러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고 있었다. ‘스타벅스커피’ 로고가 선명했지만, 그 안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희석식 소주의 알코올 향이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미지근한 팩소주 두 개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에이, 퉤. 썩어빠진 정권 같으니라고.”
동훈은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애들이 물속에 있는데 윗대가리들은 에어컨 바람 쐬면서 의전 타령이나 하겠지. 내가 87년도엔 말이야, 화염병으로 저런 놈들 다 쓸어버렸어.”
586세대. 왕년의 투사. 그는 술자리마다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독재 타도를 외쳤던 그 시절. 그는 자신이 여전히 그 시절의 정의로운 투사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의 몸뚱이는 자본주의에 가장 충실하게 길들어 있었다. 민중 가요를 흥얼거리는 그의 등판에는 120만 원짜리 A사 로고가 시조새 화석처럼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가 렌즈를 닦으며 검색하는 것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였다.
“선배. 술 냄새나요. 좀 작작 마셔요. 옆에 유가족들 있잖아요.”
미진이 코를 막으며 인상을 썼다. 샤넬 백 가죽에 냄새가 밸까 봐 걱정이었다.
“이게 민중의 땀 냄새야, 임마. 명품이나 밝히는 애들은 몰라.”
동훈은 훈계를 늘어놓으며 엉덩이로 옆자리를 툭 밀쳤다. 경쟁지 후배기자가 좁다고 인상을 썼다. 동훈은 눈을 부라렸다.
“뭘 봐? 자리 전세 냈어?”
경쟁지 후배 기자는 동훈의 벌게진 눈을 보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동훈은 콧방귀를 뀌었다. 알코올이 들어가야 손 떨림이 멈췄다. 그는 이걸 알코올 중독이라 부르지 않았다. ‘시대의 아픔에 대한 공명’이라 불렀다. 맨정신으로는 이 지옥도를 견딜 수 없다는, 꽤나 낭만적인 핑계가 그에게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