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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l E Jun 02. 2021

“모든 일터가 안전해야함을 기억하며 ”

노동건강연대 남준규 활동가님노동건강연대 남준규 활동가님

 건설노동의 현 주소를 세상에 외침에 있어 힘을 보태고자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저희 Wall E팀이 만난 두 번째 이해관계자(단체)는 바로 노동건강연대입니다.


  모든 일터는 안전해야함을 전하며, 안전한 건설 노동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힘쓰고 계시는 노동건강연대의 남준규 활동가님과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지 함께 만나볼까요?






1. 노동건강연대와 활동가님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준규 활동가입니다.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가 그들의 불평등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사수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건설 노동 환경에 대해서는 다단계 하도급 단체 구조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를 폭로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사례들을 모니터링하고 아카이브하는 기업 살인 감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산재 사망사고를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정의합니다.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고 보도되지 않기도 하는 이러한 형태의 기업 살인을 기록하여 오마이뉴스에 함께 기고하며 공론화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그간 여러 산재사건이 반복되면서 법이 개정 및 제정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의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산재 사고의 발생에는 그 산업의 특성도 어느정도 기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는 강한 강도의 육체 노동, 무거운 중량 등 기술적인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재 사고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에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들도 반드시 있죠.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위험을 외주화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어서 개선의 여지를 없앱니다. 간단히 말해 위험 때문에 외주화 하지만, 오히려 외주화 하기 때문에 위험해지는 구조가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산재 사고 문제를 바라볼 때는 구조적인 문제가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건설현장은 비용의 논리로 인해 외주화 되고 있습니다. 가장 싼 값에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다단계의 하도급을 주게 되는 거죠. 재래형 재해라고 표현되는 추락사고 등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합니다. 해외의 건설업에서는 이러한 재래형 재해가 한국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충분히 예방이 가능함에도, 그에 대한 충분한 노력이 기울어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의 논리는 법적인 리스크를 지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며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건설 현장에서 비용의 논리로 모든 사업을 접근하는 이상, 자신의 책임을 하도급단체에게 떠넘기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아침에 안전 조회, 보호구 지급만으로 건설 현장의 모든 산재 사고들이 예방이 될까요? 기업들은 최소한의 안전 수칙을 지키는 일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 비용 측정과,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에 대해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안전 장비에 더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적 여유가 보장되어 있는지 물어본다면, 기업들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하도급 다단계 구조를 만들어 두고 사고 발생 시 우리와 상관없는 업체라고 말하며 원청은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부터, 기업들의 예방 의지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예정입니다. 노동건강연대도 그것의 제정과 시행에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데 알고 있는데요. 활동가님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노동건강연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에 기업 살인법이라는 이름을 2000년대 초중반부터 영국이나 해외 사례로 가져와 제안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는 진짜 책임자, 실질적으로 무언가 결정할 수 있고 이익을 얻는 주체들 에게까지 사고의 책임이 지어지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식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실제 책임자들이 압박을 받아야 무언가 변화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산재 사고에 의한 노동자의 죽음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의 필요성은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서 말단의 관리자들이 아닌, 기업의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게 하여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기업의 의한 살인이라는 선언적인 의미를 갖는 법입니다. 물론 그 실효성에 관해서는 5인 미만은 적용 제외, 50인 미만에 대해 적용 유예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확장시킨 부분이 있고, 원청-하청 관계에서도 하청이 원청에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 법적 체계가 만들어진 차원에서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산재 사고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 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사고가 터졌을 때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더 조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법 제정 이전에는 산재 사고들이 언론에도 잘 노출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했고 했는데,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언론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서서히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론화가 되어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도 마냥 모르쇠로 나가기 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어떤 노력을 상대적으로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인해 이전보다 달라진 것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법 아래 있는 하위 법령들에 주목해야합니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결국 그 구체적인 내용은 하위법령이 정하고 있는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그 하위 법령과 시행령이 어떻게 제정되는지에 따라 그 실효가 결정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위 법령과 시행령이 법의 취지를 잘 살리는 것에 더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 인식이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다가 당연히 다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이제 버리고 일은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노동 환경 속 안전의식의 확대를 통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하위 법령의 후퇴를 막고, 법의 제정 과정 가운데 시민들의 참여, 시민단체와의 결합 등의 의견 반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4. 일하시면서 굉장히 많은 노동 환경에 대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일하시면서 마주해 온 노동환경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변화한 것 같으신 지 궁금합니다.


 개인 경험에 의거하여 말씀드리자면, 우리 나라의 노동환경이 엄청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안전에 있어서는 이전에 비해 많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영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제정(김용균법)되었고,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부는 현장에서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도 했었고, 유의미한 수치의 변화는 없었지만, 줄어가는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산업 재해에 있어 사망사고 만큼 집중해야 하는 ‘부상’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재 통계를 보면, 산재 발생시 다친 경우의 수는 그렇게 높지 않은데, 사망 사고는 매우 높습니다. 반면에 독일, 영국 등에서는 전체 산재 사고 중 사망 사건 비율이 적다고 보고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은폐되고 있는 산재가 매우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망은 은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대로 집계가 되는 것인 반면, 부상은 쉽게 숨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보는 중 다침이나 질병도 산재의 일부인데 그런 것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서 신경 쓴다면, 일상적으로 일하다가 다치는 일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 사망 중심으로 보도되는 언론과 별개로 다치는 산재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법의 제정 외에 건설 노동 환경에서의 사고를 유의미하게 줄이기 위해 관련 문제의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 처벌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다면, 법 외적으로 예방을 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에도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먼저 안전 구조물을 신식으로 바꾸는 등의 기술적인 예방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구조적인 문제를 포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같이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 맡기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 구조적인 예방의 첫걸음입니다.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원청 노동자들과 차별이 없게 해야 합니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의 유무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모든 사고를 그대로 노동자의 책임으로만 몰아내기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조적인 예방을 위하여 노동조합이 현장에 안전 문제에 대해서 더욱 고민할 수 있게 하고 파악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개선요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건설 현장의 노동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저희 프로젝트와 노동 건강 연대의 활동과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것 같은데요. 노동건강연대도 공론화 과정 속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론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갖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문제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이것이 나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생각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알고보니 중요하지도 않고 사람들의 관심도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어쩌면 방향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산재 사망은 대중들에게 울림이 있는 문제이기에 사회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사망사고는 유가족,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비극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 감성이랑 도덕성을 일으키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사건 사고가 있을 대에는 공론화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그런 사고가 없을 때는 문제를 정의하고 퍼뜨리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큰 사건이 터질 때만,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7. 같은 공론화 활동을 진행하는 선배 단체로서,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건설 현장의 노동 안전 문제를 알리는데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사망사건의 경우에는 유가족의 의사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들이 원치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망사건에 있어서는 유족의 의사도 챙기는 게 중요합니다. 더불어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노동자의 과실. 잘못으로 모든 책임이 흘러가지 않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사실 관계를 왜곡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노동자의 과실은 결과이지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과실을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테니, 노동자의 과실은 결코 산재의 원인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기술적인 문제보다 건설 안전을 마련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 재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기술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합니다. 안전보건공단의 보고서를 보면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말합니다. 그것은 산재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의 원인, 즉 진짜 원인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건설 현장의 경우,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얽힘으로 인해, 공사 기간을 줄이는 일에 사활을 걸게 됩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느라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행태가 바로 이런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8. 사람마다 ‘안전하다’는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안전한 건설현장’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안전의 기준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안전'에 대해서는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건설현장은 “일하다가 죽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믿으며 “일하다가 죽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야” 라고 전제하여 생각하는 현장입니다. 이러한 전제를 단순히 건설 현장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일하는 모든 곳과 연관해서 생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일하다가 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에 더하여 현장에서 내가 위험한 것을 봤을 때, 그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게 ‘안전한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조합이 없는 곳은 그것을 말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위험해서 일을 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일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 작업 중지권이 보장되는 곳이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건설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9. 마지막으로 “건설 안전” 이라는 주제의 이해관계자로서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요?


일하다 보면 당연히 다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시민 사회가 모든 노동 현장에서 일은 반드시 안전하게 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며 다치는 일이 개인의 실수 때문에 다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불어 취약한 노동 계층에게 산재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변을 더 둘러 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하다 보면 당연히 다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발췌 중-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노동환경도 다침과 사망이 자연스러울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노동 환경의 안전을 생각하고 사수하며 함께 공론화하며 ‘건설 노동 현장의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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