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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l E Jun 09. 2021

“안전한 일터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

충남대학교 로스쿨 학생 현지훈님, 동국대 법학과 학생 박채연님

건설노동의 현 주소를 세상에 외침에 있어 힘을 보태고자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저희 Wall E팀이 만난 세 번째 이해관계자는 실제 노동법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안전한 일터를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현재 노동법을 공부하고 있는 충남대학교 로스쿨 현지훈 학생 분, 동국대 법학과 박채연 학생 분과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지 함께 만나볼까요?





1. 간단한 자기소개와 노동법을 공부하시게 된 배경 혹은 노동 문제에 관심 가지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현지훈 : 충남대학교 로스쿨 재학 중인 현지훈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노동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법학과에서 노동법 과목을 수강하고 사회법 교수님 조교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채연 : 그 동안 법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여러 법 과목들이 있었지만 노동법은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이번 학기에 처음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현재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미래에 계속 일을 하게 될 한 명의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노동법을 알면 다양한 상황들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서도 노동법 공부가 필요하게 되어서 이번 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한국은 ‘건설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이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지훈 :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건설현장 사고에 비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위험도가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건설노동의 특성상 근본적으로 안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채연 : 90년대 이전까지는 노동자들이 살아가기가 정말 힘든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25이후부터 압축적으로 고도 성장을 하였기 때문에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6-70년대 노동자들의 경우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곳에서 14-16시간 노동은 기본이고 임금의 지급방식도 현행 시급제(*월급으로 지급을 하더라도 시급은 명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와는 달리 도급제(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여서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강제하는 형태였습니다. 6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촌의 해체가 일어나면서 도시의 경쟁 속에서 노동자들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70년대에는 대대적으로 ‘시간절약캠페인’을 하는 등 개인적인 여가 시간을 갖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고속 성장을 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묵살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6-70년대 전태일 열사의 투쟁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개선노력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법도 개정이 많이 되고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어서 많은 부분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주들이 많고 특히 건설환경에서는 건설공사의 하도급에서의 책임주체의 문제, 산업재해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책임규정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공사환경은 일반 근로환경보다 훨씬 열악한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6-70년대에는 전체적으로 건설직, 사무직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힘들었다면, 지금은 안전에 대한 일반적 수준이 어느정도 높아졌으나 건설현장의 하도급 등과 같은 문제는 해결이 잘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2021년 현재까지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지훈 :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건설 노동현장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비를 다루는 등 조금만 방심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기본적인 위험도 자체가 높으니까요.


박채연 : 일단 건설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작업환경의 안전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정을 한다고 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 소용이 없게 됩니다.


예를 들면 노동법의 부속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 제1항 에서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의 사업주는 건설 일용근로자를 채용할 때는 그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보건교육가관이 실시하는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2조 제1항에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직무교육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 보건담당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등 안전과 보건에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안전보건교육기관에서 직무와 관련한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 법령이므로 취업규칙은 당연히 이를 따라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해주셨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던 사업장에서도 이러한 규칙들은 문서로서는 작성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일용근로자를 교육하지 않았고 안전불감증이 낳은 결과인 것입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평택항 이선호군 사건에서 그는 원래 일하던 근로자가 아니었고 그 날만 일을 하게 된 평범한 대학생 아르바이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업관리자는 그에게 아르바이트생이 하기에는 위험한 일을 시켰고 그것은 컨테이너 위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간단한 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양쪽의 컨테이너 날개가 언제 내려올지 모르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선호군은 그 위험성에 대해 아무런 교육이나 고지도 받지 못했고 컨테이너 위의 쓰레기를 줍는 데만 집중을 하다 보니 더 큰 참사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안전관리자가 취업 규칙에 적혀 있는 교육 이수 내용을 안전관리자가 취업 규칙에 적혀 있는 교육 이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인 것입니다. 또한 안전관리자와 같은 안전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것도 문제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규칙에 정해진 기본적인 안전교육만 실시했었더라도 그가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지훈 :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입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교육 이수나 안전 장비 착용, 안전 수칙 등은 법적으로는 다 마련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 꼭 건설 노동현장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법 취지에 맞게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입법이 어떤 현장에서는 지나치게 거추장스러운 규범으로 여겨져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다양한 노동직군에 몇 개 되지 않는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더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현장에서 오히려 안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을 수도 있구요. 현장성과 직군의 다양성을 반영한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채연 : 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으로서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건설 현장과 같은 현장이 아니라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 또는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 등에서도 위험한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SNS상에서 카페 알바생들 사이에서는 휘핑크림 제조기계가 압력을 넣기 위해 조립하고 흔드는 방식으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조립을 잘못하면 폭발할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는 글이 게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처럼 어떠한 근로환경에서든지 예상치 못한 위험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잘 알아보고 미리 위험성을 고지하고 있는다면 대처를 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또한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과 같은 기본적인 서류를 꼭 하나 더 떼어서 본인이 잘 숙지하고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사업주에게 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취업규칙은 전체 사업장의 규칙이고 근로계약은 근로자 개개인과 사업주간의 계약서이므로 이러한 근로계약서가 취업규칙의 내용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없는지, 본인이 차별당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취업규칙의 변경신고와 같은 업무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관련업무를 조회하고 처리할 수 있으니 확인해보는 것도 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노동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방문하여 방문을 하여 상담을 받으면 더욱 빠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업 측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취업 규칙에 위반되지 않게 작성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와 같은 경우 나이, 성별, 업무에 위험도에 따라 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러한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잘 지켜지더라도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5.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노동법 차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채연 :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 SNS상에서 마켓 운영 등 기존 고용환경이 아니라 고용환경이 다양해졌습니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이 역설적으로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노동법의 딜레마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이슈가 되는 몇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는 해고의 제한 규정


해당 규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규정 중의 하나입니다. 근로조건의 유지라는 부분이 근로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고의 제한 규정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오히려 그들의 해고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정규직 근로자들은 해고의 제한 규정 덕분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정규직 근로자들은 해고가 되지 않으므로 고용안정의 혜택을 누리게 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이 규정이 오히려 정규직으로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실업자로 머무르게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정규직을 사용하면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하고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계약의 해지가 비교적 쉬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이 늘어나게 되고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업자들이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간의 분쟁, 노동조합 내부의 분쟁 등과 같은 다양한 사정이 복잡적으로 얽혀있어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 노동조합 제도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에 대해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게 하여 단체교섭권을 행사해 근로조건 향상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조합제도는 우리사회의 모든 근로자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이 매우 잘 설립되어 있고 이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소기업의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3) 기간제법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보호와 차별철폐를 목적으로 2006년에 제정되어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의 취지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제한함으로써 장기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으나, 이러한 취지와는 맞지 않게 사용자들은 무기계약의 전환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2년 기간 이전에 급하게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게 되었고 오히려 근로자들의 지위가 더욱 불안정해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입니다.


4) 최저임금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폐업과 근로자들의 실직하는 딜레마적인 현상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노사 간의 적정한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인상되어 시급이 7,530원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5년간의 평균 인상률인 7.4%를 크게 상회하는 것입니다. 이후 2019년에도 10.9%로 대폭 오르게 되었고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인력 감축을 강행하였습니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최저임금법이 여러 가지 상황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그들의 고용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금을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을 통해 부담을 줄여주려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사업이 될 수 없는 것이 실정입니다.


5) 특수형태근로자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제외하고는 특수형태 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서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이 정하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산재보험에 가입을 한다고 해도 일반 근로자들은 사업주가 보험료 전액납부를 하게 되어있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노사가 반분하여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보험료 부담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최근 인터넷이 발달하고 배달 어플 등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한 명의 근로자가 한 명의 사용자에게만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 외에 예외적인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이나 SNS,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소셜 플랫폼 시장이 개척되면서 디지털플랫폼 종사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로써 특수형태근로자와 비슷한 지위에 놓여있습니다. 이처럼 현재에는 노동관계를 근로자와 사용자로 양분하여 구분하여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직종 종사자들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보호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잘 지켜지더라도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동국대학교 법학과 박채연 학생 인터뷰 발췌 중-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오늘 누군가의 일터가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면, 이는 내일 우리의 안전 역시 보장되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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