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느낌이 완연해진 10월 중순이다. 주말동안 동네에서 축제가 열려 나도 덩달아 들떠있었지 뭐니
선사문화축제라는 거였는데 암사동 선사유적지 인근에서 선사시대를 추억하는(그때 좋았지..) 컨셉의 행사야.
원시인 옷도 입고 활쏘기 체험도 하고 원시인 식사법도 가르쳐주고 죽창에 삼겹살 꽂아서 바비큐도 해먹고 그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랑 영상으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원시시대로 기꺼이 회귀하는 축제라니.. 웃기지 않냐.
다들 원시인들을 만나본적도 없으면서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그때를 재현하며.. 뭔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게 진짜 황당하면서도 귀여웠어.
아무튼간에 그래서 즐거운 3일을 보냈어. 이 기회에 그냥 다들 원시시대로 돌아갔으면 싶기도 해..
대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그냥 부족사회나 이루면서 농사짓고 가끔 고기도 먹고 한강물 흘러가는거나 보고 썬탠하다가
결혼식도 가고 장례식도 가고 그러다가 죽으면 안 되는거냐??
이보다 세상이 더 복잡해져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누가 날 좀 이해시켜줬음 해..
니가 날 좀 이해시켜봐라...
요즘 집단착각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미 통용되는 사회규범을 생각없이 따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정작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 남들이 원하겠거니.. 생각하고 기존 시류에 탑승하느라 모두가 불편해지고 불행해진다는 그런 내용의 책이거든.
기술발전도 그런거 아닐까 싶어.. 다들 그냥 '아 이쯤 하면 됐는데;;' 하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세상 모든사람들이 발전과 혁신을 원하는 것 같아보여서 그냥 나도 거기에 묻혀 발전을 위해 이한몸 불사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말야..
결국 세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환경은 파괴되고 사람들은 쥐어짜지고 그러는거 아닌가말야...
아니냐..?
아니면 어쩔 수 없다.
기술발전이 최고다! 원시인들이 뭘 알아 ㅆ 죽창으로 등이나 긁어
그랬다.
아 맞다 나 어제부터 성당도 다닌다. 엄연한 조계종 회원이자 봉은사의 일원인 나이지만.. 법명도 있는 나이지만..
아무래도 어릴때부터 다녔던 성당에 더 마음이 끌리기도 하고 그리고 뭐 불교인이자 천주교인이면 어떠냐?
천주교인이자 무슬림이면 또 어떠냐?? 무슬림이자 여호와의증인이면 또 어떠냐??
현대인이자 원시인이면 또 어떠냐???
어?!?
화가 난 건 아니다..
아무튼 예비신자반에 등록해서 어제 처음 나갔어. 세례까지 6개월이나 걸린대더라.
미사 중에 예비신자들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받고..
신부님이 막 머리위에 손바닥 얹어주시는 그런것도 했는데 그 순간에 진짜 엄청 뭉클한 거 있지.
엄청난 절대자의 품 안에 안기는 그런 안온함이 있었다..
그 순간 너무 벅차오른 나머지 나도몰래 갑자기 신부님을 와락 끌어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자리에서 바로 세례를 받거나 아니면 천주교단의 영원한 블랙리스트로 오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신부님과의 포옹을 포함한 그어떤 사적 욕망도 내려놓고 영혼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마.
아빠랑 같이 다니기로 해서 예비신자교리도 앞으로 계속 같이 듣는데... 약간 걱정이다.
난 우리아빠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사회생활하는 아빠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예전에 무슨 핸드폰 바꾸러 테크노마트 갔을 때 거기 남직원이 그냥 의례적으로 '아버님 이 핸드폰이 어쩌고 저쩌고...' 하고 설명하는데
갑자기 '근데 내가 그쪽 아버님도 아닌데 왜 아버님이라고 해요?' 이랬다. 그래서 그사람이 '아 원래 그렇게 불러서요~' 뭐 이랬더니
아빠가 또 '원래 그런게 어딨어요 앞으론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이럼..
일화 하나로도 약간 알겠지??
난 그런 상황을 또 유난히 못 견디는 인간이라 더 괴로워...
제발 그가 앞으로의 6개월동안 수녀님이랑 싸우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ㅠ
가족은 당연히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정작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세상은 그리도 모순적인 숙제로 가득한 곳이다.
원시인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