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물랑거리는 마음이 그리운 날.
어쩌다 가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내 블로그에
짧은 문장으로 일기를 적어두곤 한다.
오랜만에 몇 년 전 일기를 읽어 내려가는데
‘졌다...’
라고 시작하는 일기에서 나의 시선은 오래 멈춰 있었다.
졌다...
아프지 않은 척하지 않을래.
이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아파할래...
너로 인해 배울래... 그리고 다른 내가 될래
그때의 나는 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뭐가 그토록 져주고 싶을 정도로 네가 좋았을까.
그러나 나는
너에게 지지 않았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나다워졌을 뿐이다.
이제는 네가 그립지 않다.
그렇지만
그때의 내 마음..
나를 기꺼이 내버리고 싶은
그 마음이 그립다.
네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너의 몸이 반응하는 수위로 그것을 느끼고
네가 좋아하는 것과 슬퍼하는 것에 함께 울고 웃으며
결국엔..
네가 너의 전 인생을 통해 가려고 하는 삶의 목표지점을 향해
나도 그곳을 향해 너와 움직이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다시 내게 찾아올까.
나는 헛헛하게 웃었다.
그리고 푸석해진 내 마음을 한 번 쓸어보았다.
상처 받기 싫고
그래서 방어하는
나 외에 다른 것을 사랑하는 것이 버거운
이제는 일 센치도 움직이기 힘든
단단하게 굳어져버린
돼지처럼 살이 붙은
내 마음.
몸이 나이 드는 것보다 마음이 늙어가는 것이 더 슬프다.
말랑말랑한
쪼물랑쪼물랑거리는
그런 마음들이
그.
립.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