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의 맛은 그리움
음식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자리한 소울푸드가 있다. 어떤 음식은 한 입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한다. 나에게 그런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만두다.
세상에는 수많은 만두가 있다. 잎새만두, 고기만두, 새우만두, 김치만두. 지역마다, 조리법마다 저마다의 모양과 맛이 있다. 하지만 내가 찾던 만두는 단 하나였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곰삭은 지고추를 다져 넣은 만두였다.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떡국에 넣어 든든하게 먹던 한 끼 식사였고, 그 맛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이 깊이 배어 있었다.
몇 해 전, TV에서 줄 서서 먹는 담양 만두 맛집이 소개되었다. 화면 속 만두는 마치 속 재료가 살아 있는 듯 먹음직스러웠다. 나는 택배 주문을 넣었다. 하지만 주문이 밀려 있어 육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손에 넣은 만두는 그토록 기다린 맛과는 달랐다. 내가 원했던 맛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잊힌 기억이 텃밭의 고추로 되살아났다. 몇 포기 심은 고추가 무성하게 자랐다. 이웃들과 나눔을 하고도 남는 고추를 소금물에 담갔다. 계절이 지나고 고추가 곰삭아가는 모습을 보니 오래도록 잊고 있던 어머니의 만두가 불현듯 떠올랐다.
어머니와 함께 만두를 빚던 날이 생각났다. 아홉 식구의 속을 채우기 위해 큰 양푼에 재료를 한가득 담고, 우리는 둘러앉아 만두를 만들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송편은 겉을 먹고, 만두는 속을 먹는단다. 속을 아끼지 마라.”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모양도 예쁘고,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나는 서툴게 빚은 만두 때문에 형제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밀가루로 옷을 뒤덮은 채 엉망인 만두를 만드는 순간조차 즐거웠다. 금세 찜통에서 나온 만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불렀고, 뜨거운 만두를 후후 불며 입에 넣던 맛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충청도식 음식은 심심하지만 깊은 맛이 있었다. 김장김치도 강한 젓갈 대신 깔끔한 새우젓으로 담갔기에 자극적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맛이 배어드는 김치와 곰삭은 지고추가 만나는 만두는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풍미를 품었다. 기다림과 정성이 만들어낸 맛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비로소 어머니의 맛에 가까운 만두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어렵던 시절, 만두 속을 눌러 담아 고봉밥처럼 든든하게 만들어주셨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나는 만든 만두를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지친 날, 그중 하나를 꺼내 먹으면 속 깊이 눌린 설움이 녹아내리고, 마음을 짓누르던 슬픔도 스르르 흐려진다.
어머니의 만두는 이제 내 손으로 이어지고 그 맛은 어머니를 닮아간다. 언젠가 내 아이도, 이 만두를 기억하며 나를 떠올리리라.
그때 이 만두는 또 하나의 기억의 열쇠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