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고백

스스로 져버린 수많은 꽃들을 위하여

by 서로봄

어제 그녀가 다시 왔더라

화장기 없는 얼굴,

주름마다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어


나는 빛을 뽐냈지

햇살처럼 화사한 꽃잎,

바람 따라 살랑이는 향내,

숨결조차 머무르게 하는 색


그녀는 잠시 멈췄어

그리고 내 꽃그늘 아래

조심스레 앉았지


“너 없는데 이 꽃이 뭐람

나 혼자 보는 이 꽃이 또 뭐람”

중얼거림 속에 바늘이 꽂혀있었어


아, 기억났어

지난해, 이맘때

그녀의 아이가 떠났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나는 꽃빛을 눌렀어

꽃잎 하나하나 시간을 멈추고

바람마저 숨죽이게 한 순간


빨리 지고 싶었어

그녀의 눈 속에 남은 기억만

조용히 두고

나 자신은 사라지고 싶었어

작가의 이전글밟지 마오